끝나지 않은 ‘댓글부대’ 수사… 종착역은 MB정부?

입력 2017-08-31 05:00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는 중에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과 이를 막는 경호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 끝에 30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이명박(MB)정부 국정원의 ‘댓글부대’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원 전 원장과 공범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혐의를 수사 중이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진행하고 있는 나머지 12개 항목 조사에서 새로운 범죄단서가 드러날 가능성도 높다. 과거 국정원에서 행해진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작업은 계속된다는 뜻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선고 직후 “수사는 앞으로도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현재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운영 전모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국정원 전직 직원 모임인 양지회 회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국정원이 지난 21일 수사 의뢰한 민간인 외곽팀장 30명 및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위는 외곽팀장 18명을 추가로 확인, 이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토록 국정원에 권고키로 했다.

앞서 검찰은 “외곽팀장 조사에서 유의미한 증거가 확보됐다”며 변론재개를 요청했지만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이를 기각하고 대신 검찰 구형량 그대로를 선고했다. 검찰은 당초 원 전 원장 혐의 관련 증거를 보강한 뒤 형량을 4년에서 5년으로 높여 구형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법원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고 파기환송심 재판을 일단락 지으면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새로운 범죄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같은 피의자의 같은 공소사실에 대해 중복 기소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상의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이다.

검찰은 ‘국정원→외곽팀장→3500여명 댓글부대 활동’으로 이어지는 여론조작 공모 관계를 밝혀 외부 공범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선상에는 MB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 등으로 근무했던 오모(38)씨도 올라 있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국정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 주변 인물들을 동원, 댓글 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현재까지 청와대 재직 중 댓글 활동을 했다는 단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댓글부대와 청와대 간 인적 연결 흔적이 나왔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의 사이버 여론조작 활동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이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의 문건을 통해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동시에 국정원이 많게는 100억원대로 추산되는 자금을 외곽팀 활동에 투입한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국정원 TF는 2012년 한 해에만 30억원가량 들어갔다고 밝혔다. 불법 정치활동에 국가 예산이 쓰였다면 원 전 원장 등 지휘부에 횡령·배임 또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현재 북방한계선(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화계 블랙리스트, 극우단체 지원,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등도 조사 중이다. 불법 행위가 포착되면 검찰에 자료를 넘길 계획이다. 검찰 고위 간부도 “국정원 쪽에서 뭔가 넘어오면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어 검찰의 추가 수사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제 막 시작된 국정원 2라운드 수사에서도 원 전 원장이 검찰 조사실에 앉게 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수사가 과거 국정원의 불법행위 전반으로 뻗어나가면 종국에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겨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지호일 신훈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