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 발사 훈련을 많이 하라.”
지난 29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발사 현장을 지켜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고된 셈이다. 북한은 화성 12형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 14형’을 태평양으로 발사해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정권수립기념일인 9월 9일이 1차 고비다.
올 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예고 후 실행’이라는 패턴을 보여 왔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고, 이를 증명하듯 5월과 7월에 화성 12형과 화성 14형을 잇달아 발사했다. 지난 9일엔 북한 전략군이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괌 포위사격 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29일 화성 12형을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지도록 발사해 빈말이 아님을 과시했다.
노동신문에 실린 화성 12형 발사 현장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옆으로 비행 데이터를 보여주는 모니터가 있는데, 녹색 선으로 표시된 예상 궤도가 실제 궤적과 거의 일치했다. 정밀도와 안정성을 부각한 것으로 실전배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서울 중구 세종프레스포럼에서 “북한은 9월 9일을 전후해 화성 12형 또는 ICBM급 미사일을 태평양을 향해 직접 쏘는 방식으로 미국에 대한 위협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했을 때 사진으로 공개된 ‘화성 13형’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형’ 발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은 개발 완료 여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신형 미사일이다.
핵실험도 북한이 쥔 카드다. 북한은 지난해 정권수립기념일에 5차 핵실험을 기습 감행한 전력이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정은의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갱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北 추가도발 시나리오… 9·9절 전후 태평양으로 ICBM?
입력 2017-08-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