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만난 조능희 전 피디수첩 책임피디는 광우병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과거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이명박 정부에게 있어 쓰나미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수년간 모욕과 위협을 감당해야 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다섯번째 비정형 광우병과 관련, 그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최근 미국에서 다섯번째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됐는데, 국내 언론보도는 천편일률적이다.
광우병에 대한 언론보도는 늘 그래왔다. 진보매체를 제외하곤 대다수 언론은 정권에 따라 포지션을 바꿨다. 참여정부 당시 조중동은 광우병의 위험을 떠들었지만, 이명박 정권하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옹호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 이상한 논리를 갖다붙였다. ‘재미동포들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다 잘 먹고산다. 왜 문제 삼느냐. 선동하지 말라’는 기묘한 논리였다.
- 정권이 바뀌었지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은 여전한 것 같다.
“10년 전 정책결정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좋은 상품’으로 봤다. ‘어떻게 감히 이의를 제기하느냐고 되레 문제를 삼았다. 광우병 보도로 체포됐을 때, 검사가 ‘빨갱이, 종북좌파가 아니냐’고 묻더라. 이러한 현상은 미국 쇠고기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의 수입 조건 등 한미관계의 불평등한 조약 등을 지적하면, 종북좌파로 몰아가는 수구언론의 소위 ‘안보장사’의 일환일 것이다.”
-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식의 농식품부의 논조는 미국 농무부, 더 정확하게는 미국 축산업자들의 입장과 들어맞는다.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란 표현은 미국 축산업체의 주장이다. ‘영혼 없는 관료들’이 계속 요직을 차지하고서 그간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더 공고화 하고 있다. 이들의 합리화를 확인 없이 받아 적는 ‘앵무새 언론’의 부역도 여전하다.”
- 이번 미국의 다섯번째 비정형 광우병 발생에 대해 전문가들도 유독 조용하다.
“일관되게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경고하고 한국 정부의 불평등한 쇠고기 수입 조건을 지적해온 전문가들은 극소수다.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이들은 시달리고 괴롭힘 당했다. 우희종 서울수의대 교수만 해도 매장시키려는 시도가 있기도 했다. 반면, 광우병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하루아침에 전문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한번은 어느 의사가 우희종 교수를 찾아가서는 집 앞 놀이터에서 프리온 단백질에 대해 2시간 동안 물어봤다고 한다. 이후 그는 어떤 토론회에서 정부를 옹호하는 전문가 노릇을 하면서, PD수첩을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훗날 건보공단의 요직을 꿰찼다는 소문을 들었다. 의학 기자들도 정권과 유착하는 경향이 있다. 정권의 입장을 옹호하면 편해진다. 정부가 보호해주고 챙겨주기 때문이다.”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더라도 낱낱이 밝혀야한다”는 발언을 대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더라.
“가장 큰 문제는 관료가 그대로라는 것이다. ‘안전하다’고 보고하면 대통령도 그런가보다 했을 것이다. 농식품부 관료들은 과연 FDA의 광우병 권고 사항을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대통령에게 보고했을까?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성이 있다. 정형, 비정형 광우병 모두 위험하다. 현물검사 강화는 광우병 검역에 아무런 의미도 갖질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를 보고한다는 건 그동안 그들이 국민들을 속여 왔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촛불 시민들에게 철퇴를 받은 건 언론과 관료를 지휘한 소수의 권력자일 뿐이다. 사실상 국정농단을 초래한 관료와 언론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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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BC ‘PD수첩’ 조능희 피디 “美광우병 안일대응 관료·언론 반성해야”
입력 2017-09-03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