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통제, 절대 허용될 수 없다” 원세훈 징역 4년 법정구속

입력 2017-08-31 05:00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포승줄에 묶인 채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떠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까지 오른 그는 이날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2015년 10월 보석으로 풀려났던 서울구치소에 다시 수감됐다. 윤성호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장본인인 원세훈(66) 전 국정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법원이 2년1개월 전 증거능력 부족을 이유로 파기했던 애초 판결(징역 3년)보다 오히려 높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이처럼 장기간 조직적 정치 관여를 한 전례를 찾을 수 없다”며 “정치적 중립을 신뢰한 국민에게 충격을 준 매우 정당하지 못한 처사”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30일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 등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여론 통제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댓글’사건을 “대선과 관련해 여당 후보를 지지하고 경쟁관계의 후보자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금지된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신분을 숨기고 일반인인 것처럼 가장해 게시판이나 SNS에서 작성·전파한 방식의 범행”이라며 “명백히 헌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 조직의 정점에서 사이버 활동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으며 범행을 주도했다” “‘자유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국정원 원훈을 무색케 했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이 재판 과정에서 “과거 정권에서도 유사한 ‘심리전’이 진행됐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취임 즉시 부당한 관행을 타파했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파기환송 시 지적된 ‘시큐리티 파일’ ‘425지논 파일’의 증거능력을 대법원 취지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원 사이버팀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 숫자는 트윗덱(트위터 클라우드)에 연결된 것까지 391개로 폭넓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범위를 더욱 크게 보고 파기환송 전 항소심보다 무거운 형을 원 전 원장에게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국정원 이종명(60) 전 3차장과 민병주(59) 전 심리전단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글=이가현 양민철 기자 hyu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