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에… 국제선 여객 첫 감소

입력 2017-08-31 05:03

계속되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보복으로 한국 경제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이 일제히 가동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데다 중국 노선 여객 감소에도 성장세를 유지한 국제선 항공 여객이 지난달 처음 감소했다. 소비재 부문 타격도 심각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항공여객이 지난해 같은 달 950만2469명보다 1.5% 감소한 936만2008명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국제선 여객이 같은 기간 2.2% 줄어든 657만5895명, 국내선 여객은 0.3% 늘어난 278만6113명으로 집계됐다.

국제 여객이 전년 동월보다 감소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국제 여객은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여행 금지령을 내린 지난 3월 이후에도 항공 노선 다변화 노력 등에 힘입어 소폭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국토부는 중국 노선 여객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홍콩·대만 독감 유행으로 대체 노선 여객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중국 노선 여객은 111만7778명으로 지난해 7월 204만1274명보다 45.2% 감소했다.

국토부는 국제 여객 감소와 관련해 지난 4월 긴급지원 대책을 보완한 추가 맞춤형 대책을 공항공사 및 지방자치단체와 시행키로 했다. 대책에는 지방 공항 노선 다변화 지원, 외국인 여객 모집 여행사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면세점·상업시설 임대료 인하 및 납부 유예 등이 담겼다.

구본환 항공정책관은 “항공수요 회복과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번 추가 대책을 즉시 시행하고 업계의 애로사항을 수시로 수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보복의 약한 고리인 소비재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완제품에 필요한 중간재의 경우 중국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반면 자동차 화장품 같은 소비재나 유통업 등은 사드 보복의 충격파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올해 1∼7월 중국의 대한(對韓) 수입액은 946억2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지만 소비재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소비재 시장에서도 화장품 같은 특정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 정치·외교적 변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고급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은 7.8%의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뷰티 상품 비중이 73.5%로 쏠림이 심하다. 이는 스위스(52.7%) 스페인(59.5%) 일본(55.8%) 프랑스(49.5%) 등 다른 국가의 1위 상품 의존도를 크게 웃돈다. 특정 상품에 대한 의존 비중이 높은 데다 뷰티 상품의 경우 정부의 규제 영향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어 정치·외교적 변수에 더 취약하다.

강창욱 김현길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