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걸은 헌신의 길, 아들이 뒤따릅니다… 이요엘 선교사 믿음의 3代

입력 2017-08-31 00:04
이요엘 선교사(왼쪽 세 번째)가 지난해 11월 탄자니아 모로고로 소코이네 장로교회 앞에서 아버지 이영권 선교사(오른쪽 첫 번째), 성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요엘 선교사 제공

유치원이 드물었던 1970년대였다. 인천에서 목회하던 한 목사는 교회 안에 유치원을 세워 지역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신앙을 전수했다.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그 목사의 아들은 아프리카 최빈국 탄자니아에서 24년째 선교사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선교사 아버지를 보면서 유년 시절을 보낸 아들은 자연스럽게 선교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 그 역시 아버지 뒤를 이어 탄자니아로 향한다. 고 이삼성(인천제2교회 원로) 목사와 아들 이영권(64) 선교사, 손자 이요엘(34) 선교사에 이르기까지 ‘3대 신앙 가문’이 걷고 있는 선교 여정이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요엘 선교사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나 개척교회 사역을 하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신앙을 다졌다. 생활 터전이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로 바뀐 건 열한 살 때였다.

1994년 9월, 총회세계선교회(GMS) 파송 선교사로서는 두 번째로 탄자니아에 둥지를 튼 이영권 선교사 가정은 현지 모로고로 지역에 유치원을 세웠다. ‘복음의 밀알을 뿌린다’는 심정이었다. 이요엘 선교사는 “당시 학교 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며 “아이들은 교실이 아닌 논밭으로 내몰렸다”고 회상했다. 유치원 설립 후엔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중학교를 세웠고 지역 내 12곳에 교회도 개척했다.

“아버지가 자식인 나보다 탄자니아 사람들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죠. 하지만 끊임없이 헌신하는 부모님 모습에서 제 삶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탄자니아에서 고교생활을 마친 이 선교사는 버지니아주 제임스메디슨대 재무학과 진학을 결정했다. 탄자니아를 비롯해 동아프리카 지역 국가를 위한 재정모금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대학 3학년 때 진로를 수정해야 했다.

“방학 때 단기선교차 탄자니아에 갔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재정을 투입해도 법 제도가 엉성하고 부패도 심해 애써 만들어둔 인프라조차 무너지고 있었죠. 법을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대학 졸업 후 이번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하며 석사과정을 마친 이 선교사는 2010년 미국 테네시주 소속 변호사가 된 후 상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변호사로서 안정적이고 풍족한 삶이 엿보이기 시작할 때쯤 그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소결론을 내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복음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길을 가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이라고 생각했죠.”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부자(父子)가 함께 사역하는 건 GMS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지난해 초 GMS 선교훈련 등 사역 준비를 마치고 지난 6일 인천제2교회(이건영 목사) 성도들 앞에서 파송장을 받았다. 마침내 오는 4일 탄자니아로 향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하나님과 기도의 동역자들이 있기에 담대하게 도전하려 합니다. 그게 하나님을 향한 제 약속입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