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4세인 카트리나 에사우(사진)는 10년째 작은 오두막에 스무명 남짓의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말 ‘누’를 가르치고 있다. 누 언어는 112개의 소리와 45개의 혀를 치는 음(click)으로 이뤄져 있다. 오늘은 누 언어로 신체의 각 부분을 배우는 시간이다. 그녀는 “내가 죽음과 동시에 이 언어가 사라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서 “최대한 후손들에게 알려주고 싶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걱정했다. 남아프리카 원시어인 이 부족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은 이제 그녀를 포함해 지구상에 단 세 명이다.
“어렸을 때 난 누 언어밖에 할 줄 몰랐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언어를 사용했고, 우린 우리의 말을 사랑했죠. 하지만 모든 것이 바뀌고 말았어요.” 카트리나는 3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우리에게 ‘부시맨’으로 알려진 남아프리카 산(San)족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던케이프주에 위치한 도시 어핑턴에 살고 있다. 수렵채집으로 생활하던 산족의 전통적인 모습도 이젠 사라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 언어만이 부족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마저 이제 대부분 17세기에 네덜란드 정복자들이 들여 온 ‘아프리칸’어를 사용한다. 카트리나는 “우리 부족의 언어를 사용하면 백인들이 마구 때렸기 때문에 원래의 말을 버리고 아프리칸어를 배워야 했다”면서 “그게 우리의 정체성을 바꾼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유엔은 누 언어를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 언어는 글로 옮길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카트리나가 언어학자들과 연구한 끝에 누 알파벳과 기본적인 문법을 글로 옮길 수 있게 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멸종 위기 부시맨의 언어 ‘누’ 가르치는 84세 카트리나
입력 2017-08-30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