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유죄→파기환송→유죄, 원세훈 재판 ‘반전의 4년’

입력 2017-08-30 18:55 수정 2017-08-30 23:05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가 30일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은 2013년 6월 1심 재판이 시작된 후 4년2개월간 법원 판단만 네 차례 나왔다.

그 사이 대선 정당성 논란에 휩싸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됐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에 ‘항명 파동’을 일으켰던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은 좌천됐다가 현 정부 출범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원 전 원장 본인도 1심 집행유예와 2심 실형 선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과 보석 등 온·냉탕을 오가며 법정과 구치소를 들락거렸다.

그는 댓글 사건의 1심 재판이 진행되던 때 건설업자에게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1억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별건 구속되기도 했다. 알선수재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징역 1년2개월을 복역했던 그는 2014년 9월 9일 만기 출소한 뒤 이틀 만에 다시 댓글 사건의 1심 선고 법정에 출석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으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돼 간신히 재수감을 면했다.

기사회생했던 원 전 원장의 상황은 항소심에서 반전됐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이듬해 2월 그의 대선 개입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원 전 원장은 법정 구속됐다. 출소 5개월 만에 다시 수감된 것이다.

반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같은 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모씨 이메일 계정에서 발견된 ‘시큐리티’ ‘425지논’이란 이름의 텍스트파일 2개에 대한 증거 능력에 의문을 표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파일들은 업무상 문서이므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2심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도 보석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3개월 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에서 보석을 허가하면서 239일 만에 출소했다.

이어진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은 1, 2심 선고부터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걸린 기간(약 2년1개월) 가까이 공전했다. 2015년 9월 김시철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이 진행됐지만 법정에서 피고인과 검찰이 아닌 재판부와 검찰이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석연치 않은 재판 진행 끝에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에서 지금의 재판부로 바뀌었고, 반년 만에 심리가 종결됐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세 번째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형이 확정되면 남은 형기 3년4개월가량을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글=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