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여 전면전을 선포했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까지 들었던 과거와 달리 강한 야당 역할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국민의당은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과 사법부 독립성 강화를 이슈화하며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여권에선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의 변심이 주요 입법 과정에 암초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강성 야당 깃발은 안철수 대표가 들었다. 안 대표는 30일 경기도 양평군 코바코연수원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보 영역에선 무능도 죄”라며 “정부는 대화 국면 전환 가능성을 운운하다가 결국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도발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까지 많은 자격 미달의 인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은 협조할 만큼 협조했다”면서 “사법부 고위직 인사(人事)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인사 5대 원칙은 쓰레기통에 들어간 지 오래”라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실망을 넘어 절망”이라고도 했다.
국민의당은 김이수·김명수 후보자뿐 아니라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임명에도 반대 기류가 커진 상태다.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김이수·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정부의 실정이 반복되는 상황인데 정부·여당에 협조하는 모습만 보일 수는 없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역시 대폭 수정을 예고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국정감사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문재인정부는 세금주도 복지의 ‘만사세통(萬事稅通)’ 정부”라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철저한 분석 및 비판과 대안 마련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1일 자정 이후엔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만 현재의 여소야대 상황에선 예산안 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여당의 각종 법안 추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이 손을 잡고 끝내 반대하는 법안은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한 의원은 “안 대표 등장으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 처리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당 내부에선 역풍 우려도 나온다. 대선 패배 이후 낮아진 당 존재감을 살리려다가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도 부담이다. 호남 지역 한 의원은 “국민의당 덕분에 국정 난맥이 풀어졌다는 평을 받아야 하는데 반대만 일삼았다가는 자유한국당처럼 비칠 수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이런 우려를 감안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문재인정부의 일부 개혁 과제엔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박근혜정부 때부터 추진됐던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일부 법안 처리에도 협조키로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캐스팅보터 국민의당 ‘변심’… 정기국회 ‘암운’
입력 2017-08-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