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출당은 물론 친박 청산도 서둘러라

입력 2017-08-30 17:39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을 자진 탈당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라리 출당을 시키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게 친박계 핵심 인사의 전언이다. 친박계의 행태는 더 가관이다. 박 전 대통령 출당 논의조차 가로막고 있다.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당을 언급하면 집토끼마저 잃을 수 있다며 적어도 1심 판결까진 기다려야 한다고 떼를 쓰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일찌감치 스스로 당적을 정리했어야 옳았다. 공적 시스템을 내팽개치고 민간인 최순실에게 놀아난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유는 충분했다. 보수 세력을 궤멸의 위기로 몰아넣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마땅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러기에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 거부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벗기 위해 천막당사로 향했던, 대선 경선 패배를 솔직히 인정했던 과거 박 전 대통령의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계속 버티기엔 한국당의 현재가 너무나 암울하다. 영남권을 제외하고 2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지역이 없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에서 대구·경북(TK)을 빼고 전멸할지 모른다. ‘TK 자민련’으로 전락할 위기다.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박근혜당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면 한국당은 기사회생의 마지막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다고 해서 한국당이 새로워질 거라고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 다만 보수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출발점은 될 수 있기에 조속히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때마침 혁신위가 이번 주 내 결론을 내리겠다고 하니 결과가 기대된다. 거기서 머물러선 안된다. 친박계와의 공존 구조를 청산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당내에서 말끔히 지워내야 그나마 당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재산가치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전국 시도당사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국민들이 마냥 한국당의 변화를 기다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박 전 대통령 출당문제마저 풀지 못한다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