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아·김사라 선교사 부부는 1992년 복음을 전하기 위해 러시아 땅에 무작정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이 선교지로 택한 노보시비르스크는 10월부터 눈이 오고 한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시베리아의 동토(凍土)였다. 아내 김사라 선교사는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했을 때 어른 키를 넘는 눈 더미가 언덕처럼 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선교사 부부를 지난 16∼19일(현지시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러시아 연합성회’(국민일보 8월 21일자 26면)에서 만나 24년간의 선교 여정을 들었다.
김 선교사 부부는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 출신이다. UBF에서 만난 목사의 중매로 84년 12월 25일 결혼했다. 부부는 대학생 때부터 해외선교를 위해 인생을 바치기로 작정했다.
부부는 92년 5월 러시아에 입국해 모스크바와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10개월간 러시아어를 배웠다. 현지 적응과정을 거치며 선교지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노보시비르스크가 대학이 많은 교육도시란 얘기를 들었다. 망설임 없이 노보시비르스크행 기차에 올라탔다. 부부는 시내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했다. 주중에는 현지 대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주일엔 같이 예배를 드렸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방을 내줘 함께 먹고 자는 공동생활도 했다. 함께 공부하는 대학생이 한때 30명까지 늘기도 했다.
복음 전도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김노아 선교사는 2000년 1월 길거리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다 현지인에게 맞아 일주일간 입원했다. 술 취한 청년이 욕하며 다가와 그를 넘어뜨렸다. 발로 걷어차 갈비뼈가 두 개나 부러졌다. 믿었던 학생들에게 실망한 기억도 있다. 일부 학생이 성경공부 할 땐 열심히 하는 척하다가 부부가 자리를 비우면 예배드리던 사무실 공간을 춤추는 ‘디스코텍’으로 만들어 속을 썩였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복음전도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며 “오히려 하나님이 인간을 참고 기다려주신다는 은혜를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김 선교사 부부는 2006년 1월부턴 서울 대치순복음교회(한별 목사)가 노보시비르스크에 세운 성 바울신학교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급하게 러시아어를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는 연락을 받고 도운 게 인연이 됐다. 이후로 10년 넘게 신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학교 살림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이곳 학생들은 김 선교사 부부의 가르침에 따라 하루의 시작과 끝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군사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목회자 훈련을 받고 있다.
김 선교사 부부는 타지에서의 고된 24년을 기도와 말씀으로 견뎠다. 김사라 선교사는 “노아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 말씀을 믿고 방주를 준비했듯이 하나님만 믿고 버텼다”고 했다. 두 부부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 선교다. 부부는 “러시아가 열려 들어온 것처럼 북한 땅이 속히 열려 복음을 들고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남은 소망을 밝혔다.
노보시비르스크=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김노아·김사라 선교사 부부, 갈비뼈 부러지면서까지… 러시아서 복음 전파 24년
입력 2017-08-31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