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얘긴데… KBS 주말극 계속 보게 되는 건 왜지?”

입력 2017-08-30 18:40
오는 2일 첫 선을 보이는 KBS 2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의 포스터.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KBS 제공

실패란 없다. 작품성이 떨어지더라도, 허구한 날 비슷한 소재를 우려먹는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KBS 2TV 주말극은 매번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흥행 불패의 역사를 써내려간다.

상황이 이러니 KBS가 새 주말극을 내놓을 때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 27일 종영한 ‘아버지가 이상해’의 바통을 이어받는 후속작 역시 마찬가지다. 제목은 ‘황금빛 내 인생’. 오는 2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저녁 7시55분에 방영되는 이 작품은 어떤 드라마일까.

황금빛 내 인생은 힘든 삶을 살던 여성이 ‘금수저’로 거듭날 기회를 거머쥐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서지안은 ‘해성그룹’이라는 기업의 계약직 직원. 그에겐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룹 오너 일가의 잃어버린 딸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KBS는 이 같은 스토리를 뼈대로 세운 뒤 가족과 행복의 가치를 묻는 에피소드를 차례로 풀어놓을 계획이다. 제작진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성공을 자신했다. 정성효 드라마센터장은 “완성도와 화제성 면에서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했고, 김형석 PD는 “다양한 시청층이 즐겨보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내 딸 서영이’ ‘찬란한 유산’ 등을 쓴 소현경 작가의 작품이다. 서지안 역에는 신예 신혜선이 캐스팅됐다. 남자 주인공이자 해성그룹 외아들 최도경 역은 박시후가 맡는다. 2012년 성추문에 휩싸였던 박시후는 5년 만에 이 작품을 통해 지상파에 복귀한다.

박시후는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나를 믿어준 스태프와 배우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작품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드라마에는 이들 외에도 천호진 김혜옥 서은수 이태환 전노민 나영희 이태성 등이 출연한다.

황금빛 내 인생의 성공은 얼마간 예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 주말극의 아성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이상해’만 하더라도 최고 시청률이 36.5%나 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5년간 전파를 탄 주말극 가운데 인기가 덜했다는 평가를 받는 ‘최고다 이순신’(2013) ‘참 좋은 시절’(2014)도 시청률은 20%를 크게 웃돌았다.

무엇이 KBS 주말극의 성공을 가능케 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중장년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다. 중장년 시청자 중에는 평일에는 KBS 1TV 일일극을 애청하다가 주말이면 2TV 주말극으로 옮겨가는 ‘시청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동시간대에 MBC나 SBS가 뉴스를 내보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인기 요인이다. 드라마 경쟁작이 없으니 이 시간대는 드라마 시장의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KBS 주말극이 ‘따뜻하게 마무리되는 가족의 갈등’이라는 얼개만 반복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정석희 드라마평론가는 “중장년층이 타깃인 상황에서 가족극 형태를 반복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KBS 주말극은 최근 들어서는 가족극 형태를 지키면서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까지 녹여내며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