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심판-프로야구단, ‘검은 유착’ 전모 드러나나

입력 2017-08-30 05:00

검찰이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를 29일 비공개 소환한 건 최규순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과 관련해 추가로 포착된 비리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KBO 자체 조사에서 일부 부당거래 사실이 밝혀졌지만 검찰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 있다. 최씨 수사를 통해 심판과 프로야구단 간 오랜 유착 관계의 전모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최씨가 2014년 심판직에서 물러나기 전 넥센을 비롯한 여러 구단에 상습적으로 금전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의 고발 접수 이후 최씨와 그 주변 금융거래를 집중 분석해 왔다. 최씨가 관리하는 차명계좌를 창구로 해 돈 거래를 한 구단 관계자, 야구인 등을 특정해 차례로 불러 조사 중이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 관계자들에 이어 이날 이 구단주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신문을 받았다. 검찰은 최씨가 넥센 측에 수년간 여러 차례 금품을 요구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은 지난해 KBO 조사 때 “최씨가 2012년 겨울 300만원을 요구했으나 건네지 않았다”고 소명한 바 있다. 이 구단주도 검찰 조사에서 “최씨가 싸움을 해서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주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검찰은 이 구단주를 상대로 최씨와 넥센 측의 별도 금전 거래 의혹을 캐묻는 데 주력했다. 이 구단주 측은 조사 이후 “검찰이 최씨와 관련해 우리도 몰랐던 새로운 내용을 물어봤다”며 “이 구단주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KBO가 각 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는 신뢰를 잃고 있다. 이미 ‘최씨와 금전 거래가 없다’고 한 KIA 구단 측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최씨의 차명계좌를 정밀 분석하고 있어 수사 선상에 오르는 구단이 추가될 가능성도 높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와 금전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 이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28일 최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구단들에게 돈을 요청한 이유와 경위 등을 조사했다. 최씨는 일부 자금을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빚 변제 등을 위해 빌린 것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단들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현금으로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챙긴 돈의 대가성이 입증되면 그를 배임수재 혹은 국민체육진흥법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황인호 신훈 기자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