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투트랙… 고민 깊은 문재인 대통령

입력 2017-08-30 05:00
공군 F-15K 전투기가 29일 오전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 상공에서 무게 1t의 MK-84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투하된 MK-84 폭탄이 지상 목표물인 가상의 북한 지휘부를 타격하는 모습. 공군의 공격편대군 실무장 폭격은 ‘화성 12형’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공군 제공

북한이 29일 오전 예고 없이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북태평양에 떨어지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했다. 대북 제재·압박과 대화 병행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을 타진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화성 12형’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결과를 보고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군은 공군 F-15K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켜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에 MK-84 폭탄 8발을 투하하는 북한 지휘부 타격훈련을 실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 24일 시험발사한 탄도미사일 현무-2B와 2C 발사 영상도 공개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북 경고 메시지와 동시에 남북대화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덕룡 신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오늘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압박과 대화를 요구할 때가 다르다.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계속 생길 텐데 그때마다 국면이 계속 요동치고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오전 5시57분 평양의 관문인 순안비행장에서 IRBM 1발을 발사했다. 최고고도는 550여㎞, 비행거리는 2700여㎞로 파악됐다. 비행시간은 15분으로 추정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0일 오전(한국시간) 한·미·일 3국 요청에 따라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주변국을 위협하고 안정을 깨는 행동은 북한을 고립시킬 뿐”이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백악관 성명을 통해 “세계는 북한으로부터 크고 분명한 최신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 정권은 이웃과 유엔 회원국과 국제사회의 수용 가능한 최소한의 행동기준을 모욕했다”고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은 그가 1주일 전 “북한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한 발언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대북 인식이다. 오히려 지난 11일 북한이 괌 포위 사격 위협을 했을 때 “북한이 현명하지 않게 행동할 경우 군사적 해법이 준비돼 있으며, 장전이 완료됐다”고 경고했을 당시로 되돌아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준구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