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후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피후견인의 주주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 김수정 판사는 성년후견을 받는 자산가 A씨의 가족이 제기한 ‘성년후견인 법정대리권 범위 결정’ 심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판단능력이 결여된 성인의 재산과 생활을 돌볼 후견인을 법원이 정하는 제도다.
제분업체 회장을 지낸 A씨는 수년 전 지병으로 쓰러진 뒤 성년후견을 받아왔다. 성년후견을 맡은 B법무법인이 A씨 소유 회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려고 주주총회를 소집하자 회사 대표인 아들 C씨 등 자녀들은 “성년후견인의 권한을 초과한 행위”라며 지난 2월 권한 범위 결정 신청을 했다.
김 판사는 A씨 재산을 두고 가족 갈등이 심한 점, C씨의 임기가 만료된 지 1년이 지난 점 등을 감안해 B법인이 A씨의 주주총회 의결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신격호(95) 롯데그룹 충괄회장의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이 청구한 한정후견인 대리권 범위 변경 청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은 신 총괄회장을 대신한 주주권 및 형사사건 변호인 선임권을 달라는 입장이다. 같은 법원 가사20단독이 맡아 다음달 6일 첫 심문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법원, 후견인 주주권 행사 첫 인정
입력 2017-08-29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