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가 약화되자 파키스탄 탈레반(TTP)이 중동과 아시아 등에서 득세를 노리고 있다. 이미지 제고와 ‘다음 세대 전사’ 육성을 위해 IS의 여성 지하디스트 모집 전략까지 벤치마킹에 나섰다.
미국 CNN방송은 29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탈레반이 최근 잠재적 여성 지하디스트를 타깃으로 발행한 온라인 잡지를 소개하면서 “칼리프(이슬람제국 최고 통치자) 체제, 즉 IS가 시리아에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자 파키스탄 탈레반이 IS 전술을 이용해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베일로 가린 아름다운 여성이 황금빛 사막에서 걸어 나오는 화려한 사진이 커버를 장식한 잡지가 이달 초 온라인 가판대에서 눈길을 끌었다. 여성 지하디스트를 모집하는 파키스탄 탈레반의 홍보잡지 ‘카울라의 길’이다. 카울라는 7세기 여성 무슬림 전사로 알려져 있다. 잡지에는 “우리는 이슬람 여성들이 앞으로 나와 뛰어난 전사로 이름을 날리길 바란다”고 써 있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기반을 두고 거침없이 확장하던 IS의 몰락과 때를 맞췄다. 이 틈을 타 확실히 기세를 잡겠다는 것이다. 국제 싱크탱크인 헨리잭슨소사이어티의 선임연구원 니키타 말리크는 “이 잡지는 전략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오랫동안 여성에게 강압적이었고 복종을 강요해 왔다. 여성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게 하고 강제로 결혼시킬 뿐이었다.
하지만 이 잡지는 중상류층 가정에서 교육받고 자란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 잡지엔 “순교의 때가 왔다” “무기 작동법을 학습하라” 등 지하드(성전)와 관련한 내용도 많지만, 한 파키스탄 여성이 해외에서 유학하며 박사 학위를 받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를 여행한 내용의 기사도 실렸다.
전문가들은 “여성 전사를 모집한다는 건 더 넓은 세계에서 전사를 끌어모으겠다는 것, 그리고 여성 전사들이 낳을 다음 세대의 전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라며 “파키스탄 탈레반에게 지금은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IS 떠난 자리 노리는 탈레반 여전사 공략 위해 여성친화 흉내?
입력 2017-08-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