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 강타 휴스턴 지역 수재민… 교회가 ‘구원의 방주’ 됐다

입력 2017-08-30 00:00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주민들이 지난 27일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를 피해 구조 보트를 타고 피신하고 있다. 이 지역 교회들은 수재민을 위해 교회 문을 일시 개방해 쉼터와 대피소 등으로 제공하고 있다. AP뉴시스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Harvey)의 강타로 수십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주요 도시에서 많은 교회들이 ‘구원의 방주’가 되고 있다.

28일 미국 기독 매체인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역대급 ‘물폭탄’이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에 퍼부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블 벨트’로 꼽히는 이 지역 교회들은 주일인 지난 27일 예배를 거의 드리지 못했다. 안전상 문제로 교회를 개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 언덕이나 고지대에 위치한 교회들은 이재민을 위한 임시 대피소나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스턴제일교회의 경우, 지난 주일 교회 문을 열자마자 300명 넘는 이재민이 몰려들었다. 교회 측은 이재민들이 안전한 거처를 마련할 때까지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같은 사역엔 휴스턴 지역 9개 교회가 동참하고 있다.

윈저 빌리지 연합감리교회도 긴급 대피한 주민들을 위해 지난 주일 교회 문을 개방했다. 이 교회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신앙 지도자였던 커비존 콜드웰 목사가 시무하고 있다. 텍사스 성공회 소속 앤드루 주교는 “우리는 가장 시급한 위험에 처한 이들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휴스턴 시티뷰교회 제이슨 크랜달 목사는 “임시 대피소로 전달하기 위해 이재민을 위한 물품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교계의 온라인 구호활동도 시동을 걸었다. 현지 교회 수십곳은 인터넷 웹 사이트를 통해 구호와 자원봉사,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NGO ‘사마리아인의 지갑(Samaritan’s Purse)’은 현지에 도착해 피해 규모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 27일 휴스턴 지역 상당수 교회에서는 성도들을 향해 “교회에 오는 대신 집에 머물며 이웃 등의 피해가 없는지 살펴 달라”고 요청했다. 목회자나 성도들은 페이스북 등에 설교 동영상을 올리거나 성경 메시지 등을 공유하며 주일을 보냈다.

베스트셀러 ‘긍정의 힘’ 저자로 유명한 조엘 오스틴 목사가 시무하는 휴스턴 레이크우드교회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언론 등에서 오스틴 목사가 트위터를 통해 수재민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도 1만6800석 규모의 교회 문은 열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 하지만 그는 “교회 문을 결코 닫은 적이 없다”면서 “이재민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고 물품을 나눠주는 일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