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폭탄’ 대신 ‘실무장 폭격’… 北에 강력 응징 과시

입력 2017-08-29 19:08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무실을 비롯한 북한 주요 지휘부 정밀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 800㎞의 한국형 탄도미사일 현무-2C가 발사대에서 솟구치고 있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현무-2C와 사거리 500㎞의 탄도미사일 현무-2B 시험발사 영상을 29일 공개했다. 시험발사는 지난 24일 진행됐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공군은 29일 오전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북한 지휘부를 섬멸하는 공격편대군 실무장 폭격을 실시했다. 공군은 “F-15K 전투기 4대가 무게 1t의 폭탄 MK-84 8발을 표적에 정확하게 투하했다”며 “유사시 적 지도부를 초토화하는 공군의 능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실무장 폭격은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발사한 지 3시간30분 만에 실시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대북 응징능력 과시’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집무실을 포함한 주요 지휘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의 탄도미사일 ‘현무-2B’와 실전 배치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받은 사거리 800㎞의 ‘현무-2C’ 시험발사 영상도 공개했다. 시험발사는 지난 24일 이뤄졌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현무-2C 실전배치를 공개적으로 북한에 통보한 것이다. 현무-2B와 2C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군이 구축하고 있는 3축 체계인 킬체인(Kill Chain)·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대량응징보복(KMPR) 중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의 핵심 전력이다. 섣부른 도발은 자제하라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ADD 관계자는 “현무-2B와 2C가 야전 배치되면 전천후 타격이 가능하다”며 “북한 핵·미사일 기지뿐 아니라 모든 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 자세가 달라졌다. 이전 정부까지 군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강력한 보복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강력한 ‘말 폭탄’을 던졌지만 맞대응 성격의 무력시위는 벌이지 않았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면 즉각 무력시위를 통해 강력한 보복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달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을 발사하자 다음날 한·미 연합 실사격 훈련을 실시해 사거리 300㎞인 ‘현무-2A’ 탄도미사일과 주한미군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를 1발씩 발사했다. 지난달 28일 북한이 다시 ‘화성 14형’을 발사하자 곧바로 현무-2A와 ATACMS를 2발씩 발사하고 북한의 지하 무기시설 정밀 타격이 가능한 벙커버스터형 전술 지대지 유도탄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유도탄은 KMPR에 동원될 무기다.

군은 이후에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추가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대응 전력을 공개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고도의 타격력을 지닌 무기체계 보유와 유사시 이를 확실히 사용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공격용 무기를 공개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군의 대응전력 공개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미 전략자산 순환배치 등 좀 더 강력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