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삼성전자 LCD공장 근로자 다발성경화증 발병 업무와 관련성 인정

입력 2017-08-29 19:03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앓게 된 노동자에게 대법원이 업무와 발병 간 관련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전통적 산업분야와 달리 첨단산업분야에서는 직업병의 연구결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자료 부족을 이유로 이모(33·여)씨의 주장을 배척했던 1,2심의 판단을 깼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4년여 일한 뒤 다발성경화증 확진 판정을 받은 이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02년 학교의 추천으로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에 입사해 패널의 화질을 검사하는 일을 했다. 그는 재직 중 손발저림 등 증세를 겪어 병원 치료를 받다 2007년 2월 퇴사했다. 이듬해에는 오른쪽 시력을 잃고 다발성경화증으로 판정받았다.

이 병은 10만명당 3.5명만 앓는 희귀질환으로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씨의 요양급여 신청은 거부됐다. 이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하급심에서도 잇따라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씨가 매일같이 이소프로필알코올이라는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점, 삼성전자 LCD사업장의 다발성경화증 발병률이 유달리 높은 점을 그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해석했다. 대법원은 그간 업무관련성을 파악해온 과정상의 한계도 판단에 고려했다. 사업주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LCD 모듈 공정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의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는 지적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