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주인 잃은 노트북을 싣고 동남아와 중국을 오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노트북은 배터리 등이 테러에 악용될 수 있어 승객이 기내에 들고 갈 때에는 무조건 가방에서 꺼내 검사를 받아야 하는 물품이다. 항공기 안전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아시아나항공에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지난 3일 오후 6시42분 승객 A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OZ741 여객기에 탑승했다. 손에 들고 간 노트북은 머리 위 짐칸(오버헤드빈)에 넣었다. 비행기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10시10분 태국 수완나폼공항에 도착했다. A씨는 입국심사를 통과해 방콕 시내까지 간 뒤에야 노트북을 비행기에 놔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A씨는 3일 뒤인 6일에야 노트북 분실신고를 했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보안 규정에 따르면 객실승무원은 모든 승객이 내린 뒤 기내에 남은 사람이 있는지, 승객이 놓고 내린 물품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승객 안전을 위해서다. 승객이 여객기에 탑승하기 전과 내린 후 각각 한 차례씩 실시한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수완나폼공항에서 규정에 따라 기내점검을 했지만 A씨 노트북을 보지 못했다. “이상이 없다”고만 보고했다. 이 여객기는 방콕에서 새로운 승객을 태우고 자정쯤 인천으로 출발했다. A씨 노트북은 여전히 승객의 머리 위에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여객기는 이번엔 중국 창춘으로 갔다. 인천에서 1시간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승무원들이 기내를 점검하면서 노트북을 발견하지 못했다. A씨 노트북은 짐칸에 누운 채 중국까지 날아갔다. 현지시간 오전 10시48분 창춘에 도착한 뒤에야 승무원들이 기내를 점검하다 노트북을 발견했다.
다행히 정상적인 노트북이었지만, 만약 악의적으로 배터리를 조작했다면 승객 안전을 위협할 수 있었다. 모든 기착지에서 기내를 점검하도록 규정한 이유도, 폭발물 등 위험한 물품을 일부러 기내에 두고 경유지에서 내리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29일 “항공사가 기내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파악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규정에 따르면 최고 1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적절한 기내 점검활동을 실시했지만 분실 노트북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유감스럽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단독] 폭발물이었다면… 아시아나, 승객이 두고 내린 노트북 싣고 태국→한국→중국
입력 2017-08-29 18:22 수정 2017-08-29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