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4개 계열사가 롯데지주 합병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킴에 따라 ‘뉴롯데’를 기치로 내건 신동빈호는 안정적으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가 상당부분 해소돼 지배구조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한국 기업으로서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분할 합병안)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안건은 전체 주주 중 절반 이상이 주총에 출석해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계열사별 찬성률은 롯데쇼핑 82.2%, 롯데제과 86.5%, 롯데칠성음료 88.6%, 롯데푸드 91.0%를 기록했다.
롯데그룹 지주회사 전환은 4개 계열사가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분할합병 비율은 롯데제과 1, 롯데쇼핑 1.14, 롯데칠성음료 8.23, 롯데푸드 1.78이다. 이는 복수의 상장사 분할과 합병을 동시에 추진하는 국내 첫 사례가 된다.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오는 10월 1일 출범 예정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경영평가와 업무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을 맡게 된다. 4개 회사(사업부문) 주식은 10월 30일쯤 변경상장 절차를 거쳐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계열사 간 복잡했던 순환출자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롯데그룹은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에서 다시 롯데쇼핑으로 이어지는 등 67개 순환출자가 존재했다. 합병·분할로 순환출자 고리는 18개까지 줄어들게 된다. 롯데그룹 측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경영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도 강화된다. 증권가에서는 신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율이 10∼20%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 측 지분율은 최대 50%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있다. 우선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지속되는 갈등도 신 회장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일부 소액주주들과 신 전 부회장은 분할합병안에 반대해 왔다. 소액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게 이유다. 롯데 측이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일찌감치 확보하면서 표 대결은 싱겁게 끝났지만 소액주주연대모임은 배임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롯데 측은 앞서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이고 중간배당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주주 친화정책을 늘려 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호텔롯데’ 상장도 남아 있다. 한국 롯데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다시 분할·합병을 거쳐야만 완전한 그룹 지주회사 형태를 갖추게 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지만 신 회장의 검찰 수사 등으로 무산됐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롯데지주 합병안 승인… 신동빈의 ‘뉴 롯데’ 첫발
입력 2017-08-29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