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9일 오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통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미사일 기술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이 올해 들어 13번째 발사한 미사일로 비행거리가 2700여㎞로 가장 멀리 날아갔다.
무기화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처음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이라고 주장했으나 사실상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간주된 대포동 1호(1998년)와 은하 2호(2009년)를 포함하면 세 번째다. 일본 언론은 2012년과 2016년 발사된 은하 3호와 광명성 4호가 오키나와 상공을 통과한 것까지 합쳐 5번째로 보고 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5월 14일 발사한 ‘화성 12형’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도 “화성 12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5월 발사됐던 화성 12형은 고각발사돼 최고고도 2111.5㎞를 찍고 787㎞를 비행했다. 반면 이번에는 최고고도 550여㎞까지 올라간 뒤 2700여㎞를 날아갔다. 물론 고체연료를 사용한 ‘북극성 2형’이나 사거리 3000㎞ 이상인 무수단 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눈에 띄는 부분은 미사일 발사 장소다. 북한은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처음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많은 민항기가 오가는 순안비행장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김병기 국회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미사일을 야전에서 발사하면 발사체를 세우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딱딱한 비행장 아스팔트 위에서 하면 기동성이 높아지고 탐지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김정은 입장에서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영 정보위 자유한국당 간사도 “발사장소가 평양 관문인 순안비행장이라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번에는 정상각도에 가까운 각도로 발사했지만 사거리를 조정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화성 12형의 최대 사거리는 5000㎞ 이상이지만 발사각도를 정상보다 조금 낮춰 3000여㎞로 조정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에서 3400여㎞ 떨어진 태평양상 미군기지 괌을 타격할 수 있고 한반도 유사시 증원전력이 지원되는 주일미군기지 공격 위협 차원에서 ‘적정거리’를 과시하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상각도에 가까운 각도로 발사한 것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고각발사를 통해서도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한·미 양국 전문가들은 정상각도 발사와 환경 차이가 크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상세한 재원은 정밀 분석 중이며, 탄두 재진입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된 미사일이 화성 12형이 맞다면 북한은 불과 3∼4차례 시험발사에 불과한 이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제든 괌 주변을 포위사격할 수 있다는 위협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세 조각으로 분리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주목하고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어느 지점에서 분리됐느냐가 중요하다”며 “추진체와 탄두, 탄두 보호덮개가 분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다탄두미사일 시험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추진체와 적어도 2개의 탄두가 분리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요격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다탄두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정상각도 발사 2700여㎞ 비행… ‘괌 타격’ 능력 과시
입력 2017-08-29 17:59 수정 2017-08-29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