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노인’ 저자 후지타 “가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입력 2017-08-30 05:00
후지타 다카노리 홋토플러스 대표가 29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빈곤은 바로 당신의 문제”라고 역설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겨울에도 제대로 난방을 하지 못하는 빈곤 노인의 모습. 국민일보DB
“빈곤은 바로 당신의 문제입니다.” 후지타 다카노리(35) 홋토플러스(Hotplus) 대표는 일본의 ‘빈곤 전도사’다. 가난이 게으른 개인의 문제라는 중장년층에게도, 노후 준비를 포기한 채 ‘욜로’(YOLO·현재 행복을 우선하는 삶)에 몰두하는 청년층에게도 빈곤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외친다.

후지타 대표가 2015년 펴낸 저서 ‘하류노인’(下流老人·빈곤 노인층)은 그해 일본에서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될 정도로 반향이 컸다. 일본에서만 30만부가 발간되고 한국어를 포함해 3개 국어로 출간됐다. 그는 저술뿐 아니라 비영리기구 홋토플러스에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뛰고 있다. 이 단체의 이름은 안도할 때 내쉬는 한숨인 ‘홋토(ほっと)’와 ‘뜨거운(Hot)’ 마음을 동시에 뜻한다. 안심하는 사회를 위해 뜨거운 마음으로 노력한다는 의미다. 후지타 대표는 29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내 열정적 말투로 ‘모두의 빈곤’을 역설했다.

후지타 대표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사회는 빈곤 문제를 개인 혹은 가족공동체 스스로 해결하려는 문화가 있다. 이 때문에 1인 가구화에 따른 영향도 더 크다”며 “(한국에서) 연금제도가 낙후됐다는 건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부담도 커진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과 한국의 빈곤 문제는 닮은꼴이다. 1인 가구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족 중심의 사회안전망은 붕괴되고 빈곤층을 향한 혐오정서는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 미래는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일본은 연금 가입률이 높은 편이지만, 한국은 걸음마 단계다.

후지타 대표는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크게 3가지 영역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사회가 돕는 공조(公租), 스스로를 돕는 자조(自助), 공동체가 돕는 공조(共助)가 그것이다. 그는 “저축이나 연금으로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물론 종교나 직장 노조, 지역 자치회 활동으로 사회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며 “국가가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지타 대표는 한국과 일본 사회가 빈곤을 극복할 대안으로 ‘생활보험제도’를 제시했다. 그는 “일본에선 생활부조를 받는 것을 남에게 피해준다 생각해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스스로 보험료를 내고 나중에 자연스레 돌려받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적 영역으로 공적 영역이 지나치게 이전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빈곤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의식개혁’이다. 그는 “하류노인과 빈곤세대(貧困世代·빈곤 청년층) 모두 당신의 문제”라면서 “빈곤이 결코 당사자만의 것이나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