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이웃 위해 쉼없이 질주… 인기 비결은 ‘미리내 운동’

입력 2017-08-30 00:09
문희준(왼쪽) 이민우 목사가 최근 자신들이 운영하는 경기도 부천시 호현로의 카페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부천=신현가 인턴기자
최근 푸드트럭 폐업이 속출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안부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그들은 망하지 않았다. 이민우(35) 문희준(32) 목사는 6개월 전(국민일보 2월 17일자 30면 참조)처럼 자비량 목회를 위해 치열하게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경기도 부천시 호현로에 디저트 카페도 차렸다. 얼마 전 찾아간 그곳은 여느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 목사는 “다수의 푸드트럭이 그렇듯 영업공간 확보가 쉽지 않아 대비책으로 카페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중엔 카페에 주력하고 주말엔 푸드트럭을 운영한다.

서울신대 선후배인 두 사람은 2015년 세벗교회를 개척한 후 함께 목회하고 있다. 세벗교회는 ‘세상의 벗’을 자처하며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교회’를 추구한다. 교회 건물이 없고 헌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문 목사는 “최근까지 서울 신촌의 스튜디오를 빌려 예배를 드리다 얼마 전 아이들이 뛰놀 공간이 필요해 마룻바닥이 있는 서울 영등포의 모 공간으로 이동했다. 월세는 10만원으로 저렴하다”고 말했다. 사례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카페와 푸드트럭은 그들의 생계수단이다.

카페를 운영하며 ‘미리내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누군가 돈을 미리 지불해 놓으면 다른 사람이 무료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비영리 사회운동이다. 이 목사는 “카페가 모교 근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선배들이 배고픈 후배들을 위해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알리자 반응이 뜨거웠다. 한 예로 서울신대 각과의 선배들이 돈을 내고 가면 사진을 찍어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다. 이를 본 후배들은 누구나 와서 음료와 와플 등 각종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 간혹 학부모들이 돈을 보내기도 한다. 카페 내 마련된 현황판에는 배고픈 이들을 위해 미리 돈을 낸 이들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푸드트럭과 카페는 이 목사와 문 목사가 매니저로 속해 있는 단체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개고생)’가 진행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개고생은 목회자들의 자비량 사역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과 연계해 일하기를 원하는 목회자나 신학생에게 일자리를 주선해준다. 문 목사는 “다음 학기에는 서울신대 학생들에게 대안목회의 일환으로 창업 노하우를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푸드트럭과 카페 운영 외에도 신학생들을 위한 행복웨딩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각 신학교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커플을 위해 웨딩업체 등의 후원을 받고 결혼예식 비용을 지원한다. 올해 하반기에만 열 커플의 결혼식이 예약돼 있다.

이 목사는 “성도들의 삶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생계 극복 차원을 넘어 선교적 차원에서 이중직을 하고 있다”며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신학생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권한다”고 말했다.

부천=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