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이행·재정건전성’ 두 마리 토끼 잡는 429조 예산안

입력 2017-08-29 18:19 수정 2017-08-29 21:37
문재인정부의 첫 예산안을 단순화하면 ‘추가 수입=추가 지출’이라는 공식이 나온다. 총수입 증가분(7.9%)과 총지출 증가분(7.1%)이 비슷하다. 벌어들인 돈을 일자리 창출 예산 등 공약 이행 재원으로 편성했다. 중장기 재정정책 역시 비슷한 수준의 가계부를 설계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공약을 실행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400조5000억원인 재정지출 규모를 2021년까지 연평균 5.8% 늘리겠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세운 2016∼2020년 중기 재정지출 계획(연평균 3.5% 증가)보다 증가율을 2.3% 포인트 높였다. 계획대로 진행하면 2021년 재정지출 규모가 500조원을 넘어선다. 일자리 창출 등 문재인정부의 공약 실행에 들어가는 재원을 고려했다.

밑바탕에 ‘공약 실행’이 깔린 만큼 증액한 예산의 사용처는 일자리 등 국정 현안에 집중된다. 당장 내년도 고용노동부 예산으로 올해 대비 30.1% 늘린 23조7580억원을 편성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증가율이다. 대표적 사업은 중소·중견기업에서 2년간 근속할 경우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다. 내년에 이 사업 예산으로 올해 대비 368.5% 증액된 2230억원을 배정했다.

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의 이면에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 중인 재정 수입이 발판이다. 기재부는 2021년까지 재정수입이 연평균 5.5% 늘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올해에만 예상보다 15조원의 세금이 더 들어올 전망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5년간 자연 세수 증가분으로 계산한 60조5000억원의 24.8%가 올해 채워지는 셈이다. 고소득층·대기업 증세도 재정 지출 부담을 덜어내는 요소다.

불필요한 지출 줄이기는 재원 마련의 다른 한 축이다. 내년 예산만 해도 사회간접자본(SOC)예산 축소 등으로 11조5000억원을 구조조정했다. 이를 포함해 5년간 세출 62조7000억원을 다이어트할 계획이다.

재정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이다. 기재부는 향후 5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 안팎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내년 39.6%에서 2021년 40.4%로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 추계한다. 다만 3%대 경제성장률이 매년 이어진다는 전제조건을 깔고 세수를 전망한 만큼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입 감소 등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에 엄청난 변동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초과 세수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공약·재정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