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오전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쐈다. 지난 26일 단거리 미사일 3발을 발사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비행거리는 2700여㎞로 김정은 집권 이후 정상 각도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가장 멀리 날아갔다. 북한에서 괌까지의 거리가 3000여㎞인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의 성격이 짙다. ‘괌 포위 사격’ 언급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와 목표지점에 낙하한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ICBM 완성의 마지막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시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 굴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이다. 핵 개발을 완성한 뒤 핵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지위를 갖고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9월 9일 정권수립일을 즈음해 6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대화 쪽으로 국면 전환이 모색되던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공군 F-15K 4대가 출동해 실제 폭탄 투하 훈련을 했다. 불과 사흘 전 청와대가 ‘저강도 도발’ ‘대화 신호’ 운운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대응이다. 늦었지만 올바른 입장 선회다.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행보가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 도발이 있을 때마다 규탄성명에 이은 미군 전략자산 전개, 중국의 제재 동참 호소로 이어지는 기존 대응 방식도 뜯어고칠 때가 됐다.
김정은 정권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압박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를 중단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드를 빨리 배치하는 것 역시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이것만으론 안 된다. 한·미 공조 강화를 통해 미군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를 현실화해야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방미에 나선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한다. 우리만의 추가 독자 제재안을 마련하는 작업 또한 서둘러야 한다. 만약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엔 전술핵 재배치 카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것을 더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다.
[사설] 김정은 압박할 비상계획 마련할 때
입력 2017-08-29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