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이번 여름은 매우 덥고 오래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과 비교하면 평이한 수준이었고 오히려 예년에 비해 가을이 빨리 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예측은 빗나가기 위해 있다지만 여름 내내 일기예보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데이터 분석 역량이 미흡한 까닭이겠지만 기후변화의 변동성 자체를 예측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불과 한 달 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0%로 과감하게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과 주요 연구기관들도 따라서 성장률 예측치를 상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달성하고 11조원 추경의 효과를 낙관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북한과 중국, 미국 등이 복잡하게 얽힌 지정학적 리스크의 변동성과 정부가 밀어붙이는 반시장적 정책의 시장 대응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2017년은 세계 주요 45개국 모두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겪은 이후 미국이 나홀로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뚜렷한 징후를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는 유로존과 일본, 중국은 물론 재정 위기로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알려진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까지도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급격한 통화 긴축을 실시하지 않는 한 회복 추세는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반토막났고, 6개월 뒤의 경기를 예측하게 해주는 경기선행지수가 3월 100.64에서 6월 100.57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분기의 산업생산이 6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수출이 1분기 대비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1.6%로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를 보임으로써 지난해 말부터 올 1분기까지 이어지던 경기 회복의 흐름은 완연히 주춤해진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 흐름에 동참하고 3%대 경제성장률 전망이 실현되도록 하려면 산재한 걸림돌에 넘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우선 고조되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갈등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대북 리스크로 인해 급격한 외국 자금이 이탈하는 경우 외환시장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신용 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는 외평채 신용부도스와프(CDS)의 프리미엄이 치솟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외국인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되고 1400조원의 가계부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내수 침체는 가속화될 것이다.
둘째, 비용 증가만 유발하는 정책보다는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 누가 봐도 곧 바닥이 드러날 항아리에서 계속 꺼내주는 것은 경제주체 사이의 자원 이전일 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성장동력을 개발하는데 중소기업의 창의성과 소규모라는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구조개혁과 맞춤 지원이 요구된다.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수출산업이 생존하기 위한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기업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혁신이 올바른 방향이다.
셋째, 경제정책은 경제 원리에 맞게 접근할 때 가장 효과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추경으로 돈을 풀면서 동시에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을 하는 것은 경제의 불확실성만 높여 투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게 된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조정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지속 가능하다. 일방적 수요억제 규제에 시장은 반드시 가격 폭등으로 대응하게 된다. 시장을 대상으로 오기 부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차은영(이화여대 교수·경제학과)
[경제시평-차은영] 글로벌 성장에 편승하려면
입력 2017-08-29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