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추진에 앞장서면서 산하 공공기관들도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의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 현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밀어붙이기식 대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공공기관이 중소업체에 하청을 주던 업무를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하는 건 중소업체의 일감을 뺏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 인상의 부담을 느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과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일도 생겼다.
국토부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현미 장관 주재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14개 산하 공공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장 회의를 열었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공공기관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설 뿐만 아니라 민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운영과 정책 추진 방향을 설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지난달에는 국토부 과장 이상 간부, 산하 공공기관 본부장 이상 간부 전원인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워크숍’을 열었다. 현재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의 총 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3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부처별 산하 공공기관이 가장 많은 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름을 바꾼 미래창조과학부(41개), 산업통상자원부(40개), 국토부(24개) 순이다.
상위 부처가 앞장서자 산하 공기업들도 잇따라 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22일 국토부가 발표한 ‘철도안전 운행 및 작업자 안전확보 대책’에 따르면 코레일이나 코레일 자회사는 생명·안전과 관련된 철도차량 정비, 선로유지관리,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등에 투입되는 철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다. LH도 이날 공공투자에 따른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LH형 일자리 창출 지표’를 개발해 내놨다.
그러나 대책을 급하게 내놓다보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코레일은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철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외주를 주지 않고 코레일이나 코레일 자회사가 해당 업무를 맡아야 한다. 이에 관련 중소기업은 일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하는 일이 생명이나 안전과 관련된 일로 분류된다면 앞으로 이 업무는 못하게 될 것”이라며 “국토부와 코레일 결정이 회사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토로했다. ‘생명·안전과 관련된’의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일부 공기업에선 당장 근로계약 기간 만료를 앞둔 기간제 근로자와 재계약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정규직 전환 시 임금 상승 등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시스템을 악용하는 원청업체를 철저히 감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국토부 공공기관 설익은 대책… 中企 위기감
입력 2017-08-2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