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대참사’ 1년, 경쟁력 강화는 공허한 외침이었다

입력 2017-08-29 05:00

1년 전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이후 한국은 해운 강국에서 사실상 해운 약소국으로 전락했다. 국내 해운사의 글로벌 선복량(적재용량)이 63% 급감했고 북미 노선 점유율은 반토막이 났다.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부산 지역 시민단체는 과거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며 국정 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1위, 세계 7위 원양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지난해 8월 30일 채권단이 지원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9월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컨테이너선 100척, 벌크선 44척 등 144척을 거느리던 한진해운은 올해 2월 17일 최종 파산 선고를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법정관리 직후 한진해운 선박들은 해외 항구 정박 중에 압류되거나 공해상을 떠돌아야 했다. 이 때문에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운송을 맡긴 수출업체들도 연쇄 타격을 받았다. 정부는 한진해운 주요 자산을 국내 경쟁 선사로 넘겨 글로벌 해운 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현대상선과 SM상선 등 국내 선사는 한진해운 자산과 노선을 일부만 인수하는 데 그쳤다. 핵심 자산인 1만30000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선박 9척이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 등 해외 대형 선사에 넘어갔고, 한진해운 71개 노선 중 미주·아시아 노선은 SM상선에 인수됐지만 유럽 노선 등은 청산됐다. 한진해운 해외 터미널 중에서도 핵심 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은 MSC가 인수했다.

후폭풍이 거세자 정부는 두 차례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사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행력이 부족했고 효과도 미미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국내 글로벌 해운업체들의 전체 선복량은 지난해 8월 105만TEU에서 올해 8월 39만TEU로 62.9% 감소했고, 북미 노선 점유율은 지난해 6월 10.9%에서 올해 6월 5.8%로 급락했다. 이로 인해 해상운송 수지는 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는 동안 머스크가 독일 함부르크 쥐트를 인수하고 일본 3대 선사가 컨테이너 부문을 통합하는 등 해외 주요 선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중국 최대 국영 선사 코스코는 지난달 홍콩 OOCL을 인수하며 머스크, MSC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국내 해운업 경쟁력 약화는 화주들에게 운송비 증가로 이어진다. 부산항에서 국적 해운사가 차지하는 물동량은 지난해 6월 38.1%에서 올해 6월 34.2%로 감소한 반면 해외 선사 점유율은 61.9%에서 65.8%로 늘었다.

부산항발전협의회와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부산 지역 시민단체는 27일 한진해운 사태를 과거 정부와 채권단 등이 부른 ‘해운 대참사’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31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한진해운 사태 1주년-성찰 그리고 새로운 출발’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