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의 주인공은 제목과 동떨어져 보이는 70대 장년층이다. 벤처 신화를 일군 3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기업의 말단 사원이다. 주인공은 연령 때문에 입사 초기 젊은 사원들과 마찰을 빚는다. 하지만 40년 이상의 풍부한 직장생활 경험과 젊은 사원들의 역동성이 조화되면서 갈등이 해소된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만큼 녹록하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정년연장 등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적자원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60세 정년 법제화 이후에도 장년층 고용 의지를 보였지만 임금 부담에 일부 업종에선 퇴직자를 재고용하던 정책을 폐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해 일정 연령 이상에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 등의 제도를 도입했거나 추진하는 곳도 늘고 있다.
보고서는 상시 근로자 100명 미만 기업부터 1000명 이상 기업까지 모두 12개 기업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기업들은 장년층의 숙련도와 경험 활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임금인 장년층과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젊은 사원 간 갈등이 큰 데다 젊은층에 비해 장년층 인사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영화 ‘인턴’처럼 서열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사업장에서는 인사 관리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사람 중심’ 인적 자원 관리에서 찾고 있다. 직무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지목했다. 해결 방안 중 하나로는 해외처럼 직무에 따라 업무 성과를 평가하고 차등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 도입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업무 중 장년층에게 적합한 업무를 발굴해 부여하고 걸맞은 임금을 주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사측과 노동조합 간 갈등을 야기하는 성과연봉제나 임금피크제의 폐해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1분기까지 직무급제를 포함한 공공기관 보수 체계 개편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선진국 사례처럼 정부도 장년층 고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단시간 근로 가능 직무는 장년층이 주로 맡는다. 삭감된 임금의 일정 부분은 정부가 보조해 통상 임금의 80% 수준을 보장한다.
전문가들은 직무급 도입 등의 수단이 현행 60세 정년 안착과 향후 단계적 정년 연장의 연착륙에 필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세대갈등 역시 임금체계 개편으로 해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28일 “노사 간 충분한 협의 과정과 직무급의 세분화 등 중장기에 걸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65세 정년 연장 연착륙하려면 직무급 도입 필수”
입력 2017-08-29 05:00 수정 2017-08-29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