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금융권의 산별교섭 복원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노동조합은 법인과 함영주 행장을 상대로 낸 고소·고발 및 진정을 취하했다. 지난달 말 금융 당국 중재로 노사 합의를 이룬 데다 함 행장이 부당노동행위 논란 등에 유감을 표명한 덕분이다. 지난달 27일 노사가 작성한 합의문에는 노조활동 보장과 함께 ‘불법행위 및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한다’ ‘이달 대규모 승진 인사를 발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도 최근 사측의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윤 회장은 지난 22일 전체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직을 책임지는 수장인 은행장으로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덕의 소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고위 임원 2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노조도 지방노동청에 제기한 진정 2건을 취하했다. 또 국민은행 노사는 초과근무시간 제한 폐지 및 보상, 임금피크제 적용 하위등급 직원 임금 삭감 폐지, 근무시간 단축을 위한 PC 오프제도 시행 등에 합의했다.
영업점 통폐합으로 갈등을 겪었던 한국씨티은행은 다음 달에 실무자와 노조 관계자를 포함하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다. 노사는 지난달에 폐쇄 대상 점포를 101개에서 90개로 줄이는 데 합의했었다.
한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은 이날 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를 열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요구한 산별교섭 요구를 논의했다. 하 회장은 29일 사용자 측을 대표해 허권 금융노조위원장과 단독 회동한다. 산별교섭은 근로자와 사용자 대표가 만나 임금과 근로조건을 한 번에 결정하면 이를 동종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융회사들은 2010년부터 사용자협의회를 구성해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진행해왔지만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면서 중단됐다. 금융노조는 31일 오후 2시 산별교섭 개최를 요청한 상태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훈풍 부는 은행권 노사
입력 2017-08-28 18:31 수정 2017-08-28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