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 “선진화된 기부문화에 맞는 법 개정 절실”

입력 2017-08-28 21:01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새로운 기부자 유입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만난 한국NPO공동회의 이일하(사진) 이사장은 이렇게 토로했다.

불우한 어린이를 돕는다며 걷은 기부금 128억원을 빼돌려 집과 자동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새희망씨앗’ 사건으로 비영리단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이사장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비영리단체들의 신뢰감과 투명성에 불신감을 초래했다”며 “기존 기부자들이 기부를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신규 기부자 유입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2009년 창립된 한국NPO공동회의는 한국비영리민간단체(NPO)들의 협의체로 모금활동의 도덕성과 투명성 확보, 사회적 책임 등의 보완·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은) 비영리단체가 국세청에 거짓으로 회계정보를 등록해도 정부가 그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 결산공시 자료에 따르면 새희망씨앗의 지난해 기부금은 21억원, 2015년 1억1900만원으로 전체 피해금액인 128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 이사장은 “단체마다 관리감독 역할을 맡는 주무부처가 다르고, 결산 내역 공시는 국세청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의 일탈을 예방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부 문화는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돼 왔는데 법과 제도는 선진국 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선진화된 기부문화에 맞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일부 단체들 사이에서 외부 감사 실시 등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단체를 등록·관리·감독하고 일원화된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 행정기관(자선단체위원회)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호주의 경우는 자선·비영리단체 총괄 정부기관인 자선·비영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기부 단체의 돈 세탁, 테러 단체로의 자금 유입, 횡령 등 자금 유입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사업 수행이 미흡한 단체에 대한 조사를 통해 법인 취소 또는 세제 혜택을 박탈하는 권한을 가진다.

한국NPO공동회의는 25일 비영리단체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강화를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모금액이 10억원 이상인 비영리단체의 외부 감사 활성화, 비영리 회계·세무 교육, 컨설팅, 비영리단체·회계법인 간 교류 확대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