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립’ 후퇴 공방… 9월 정기국회 뇌관 부상

입력 2017-08-29 05:00

여권이 방송통신법 개정안 재검토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 시절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겠다”며 개정안 발의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지적에 따라 재검토 의견을 내놓자 야권은 ‘내로남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방송법 개정안 등 ‘공약 후퇴’ 공방이 9월 정기국회 뇌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송법 개정안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민주당을 중심으로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까지 총 162명의 의원이 지난해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핵심은 KBS MBC 등 공영방송 사장을 추천하는 이사회의 구성과 표결 절차 조정에 있다. 현재 7대 4인 여야 추천인사 구성비를 7대 6으로 조정해 균형을 맞추고, 사장 후보 임명 제청은 재적이사 3분의 2의 찬성을 얻도록 조정해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취지다.

방송법 개정을 위한 여권 내 기류는 지난 22일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뽑는 게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이 지난 주말 의원 워크숍에서 “문 대통령 지적에 따라 보완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문 대통령이 특정 방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 만큼 대안을 찾기 위해 방송통신위원장과 구체적으로 논의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수야당은 “민주당이 발의해놓고 조변석개도 유분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방송노조 역시 낙하산 임명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방송법 개정안 재검토 지시 소식은 충격과 경악이었다”며 “야당 시절 주장을 손바닥 뒤집는 대통령의 철학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온건하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원점 재검토가 실제 이뤄질지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조차 ‘공영방송 이사회가 이념 투쟁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보수 성향 의원이 절반에 달하는 과기정위 특성상 본회의 상정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과기정위 소속 한 의원은 “한국당의 반대 입장을 감안하면 개정안 통과도 어려운데, 방통위가 방송개혁 관련 자체안을 낸 적이 없는 만큼 보완책을 살펴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