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망자 73%가 경보기 없는 주택서 발생

입력 2017-08-29 05:04

올들어 부산에서 발생한 화재사망자의 73%가 화재경보기(단독경보형감지기·사진)가 없는 주택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발생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질식하거나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고의 경우 화재발생시 경보기만 울렸어도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미설치 시 처벌규정 마련 등 관련 법규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올해 상반기 화재로 인한 사망자 11명 중 8명이 단독주택과 같이 소방시설이 없어 인명피해 위험이 높은 주거시설에서 발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이 거주하던 주택에는 화재경보기가 없었던 상태로 화재발생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너무 늦게 알아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부산에서 발생한 전체 화재는 1322건으로 인명피해는 사망 11명, 부상 55명 등 66명이었다. 재산 피해는 37억1000여만원에 달했다. 인명피해는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가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했다. 전체 화재 대비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의 비율은 30.6%에 불과하지만 인명피해는 51.5%에 달했다. 화재 사망자의 73%는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었던 반면 아파트 등 화재경보시설이 잘 갖추어진 공동주택에서는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은 부산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2013∼2015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연 평균 4만2500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18%인 7703건이 일반주택에서 발생했다. 화재로 사망한 이들의 절반 정도(49%)는 일반주택 거주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주택에서도 화재경보기가 설치되어 있으면 목숨을 건질 확률이 높아진다. 지난달 25일 오전 4시쯤 부산 망미동 최모(65)씨의 다세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최씨는 술에 취해 있어 화재경보기가 울렸어도 이를 몰랐지만 경보기 소리를 들은 옆집 주민이 119에 신고해 소방관들이 최씨를 구조할 수 있었다. 최씨 집에 설치된 화재경보기는 남부소방서에서 사고 발생 한 달 전 무료로 설치해 준 것이었다.

주택에서 발생하는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부터 화재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관련 법률(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처벌규정이 없어 실제 설치율은 3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96%)이나 영국(88%), 일본(81%) 등의 설치율과는 아직 큰 차이가 있다. 부산소방본부 김성곤 본부장은 “화재발생 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해 화재경보기 설치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