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지난 24일 오후 5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한 평화음악제’ 개회를 두 시간 앞둔 강원도 속초문화회관 대강당에 ‘진달래꽃’ 합창이 울려 퍼졌다. 본무대를 위한 리허설이었지만 영월동강합창단 단원들의 모습에선 진지함이 엿보였다. 이 합창단 단원들의 눈높이는 제각각이다. 장애로 인해 신체 균형이 흐트러져 상체가 기울어진 단원, 휠체어에 앉은 단원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합창’이란 이름으로 한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김동호(67·시각장애 1급, 지체장애 3급) 단장은 “매주 두 차례 두 시간 이상 연습하는데 선 채로 노래하는 것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무대에 오를 생각을 하면 행복하다”며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폐막식에서 단원들과 함께 꼭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소프라노 최경희(49·지체장애 3급) 단원은 “장애 유무를 떠나 함께 하모니를 이루다 보면 장애인임을 잊곤 한다”며 “패럴림픽에서도 경쟁을 내려놓고 서로 화합하는 감동의 순간들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참가자 대기실에선 반가운 얼굴도 만날 수 있었다. 올해 초 장애를 딛고 대학 편입과 입학에 성공하며 감동을 전했던 클라리네티스트 김유경(24·여·발달장애 1급)씨와 나규희(19·여·뇌병변장애 1급)씨가 그 주인공이다(국민일보 2017년 3월 7일 31면 참조).
나눔챔버오케스트라 단원인 두 사람은 “특별한 무대를 위해 방학 동안 잠을 줄여가며 연습했다”면서 주먹을 불끈 쥔 채 “평창 동계올림픽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국장협·이사장 최공열)가 이날 개최한 평화음악제는 2박3일간 진행되는 ‘2017 국제장애인문화엑스포’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였다. 엑스포는 2011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여수, 몽골 울란바토르, 백령도, 인천, 울릉도·독도에서 잇달아 개최되며 국내외 장애인 예술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장을 마련해 왔다.
최공열 이사장은 “스포츠와 음악은 하나님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어주기 위해 주신 선물 같다”며 “내년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응원하고 장애를 넘어선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강원도에서 엑스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은 격려사에서 “88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평창올림픽을 응원해 달라”며 “이번 올림픽은 가장 문화적이고 평화적인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음악제에선 발달장애청소년들로 구성된 하늘나무무용단, 지적장애인 하모니카 연주단 러브앤해피, 중국장애인서커스예술단 등 국내외 장애인 및 비장애인 예술인 100여명이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푸니쿨리 푸니쿨라’ ‘위풍당당 행진곡’ 등 귀에 익숙한 선율이 울려 퍼질 때마다 600여석을 가득 메운 객석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 자원봉사자 등 엑스포 참가자들은 음악캠프,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 참여, 강원도 지역탐방 등 2박3일 일정을 소화했다.
속초=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내년 평창올림픽 성공을 응원합니다”
입력 2017-08-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