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양우] 경주 문화엑스포를 기다리며

입력 2017-08-28 17:56

문화국가를 염원했던 김구 선생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문화가 곧 국력인 시대다. 요즘 정부와 기업 모두 제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온갖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발달의 시대를 단단히 대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핵심은 콘텐츠에 있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고속도로를 깔아놔도 사람과 화물을 실은 차들이 다니지 않으면 그야말로 속 빈 강정 아닌가. 정부 정책에서 문화를 귀중하게 대접해야 하는 이유다.

문화의 힘은 이미 한류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사상 최초로 10억 조회수를 돌파하더니 지금은 200개국이 넘는 세계 방방곡곡에서 29억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생겨난 이래 어떤 영역에서 이만한 기록을 세운 일이 있던가. 우리 방송 드라마와 대중음악(K팝)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한류 덕분에 화장품이며 가전제품 등 이런저런 상품들 또한 덩달아 수출의 수혜를 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류가 지속적인 힘을 유지하고 더 발전하려면 대중문화를 넘어 우리의 전통문화들을 녹인 문화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의 대표적 사례가 경주문화엑스포라고 할 수 있다.

경주문화엑스포는 1998년 시작된 이래 이제까지 여덟 차례를 거치며 국내를 넘어 세계적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 사이에 2006년 세계적 문화유적 도시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2013년 동서양 문화의 가교 도시인 터키 이스탄불과 공동 문화엑스포 행사를 치르는 등 국제적 문화 행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동안 행사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만도 345개국에서 6만6000명, 누적 관광객은 1640만명에 이르는 매머드 행사가 됐다.

그러나 경주문화엑스포는 단순히 숫자만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만한 행사를 꾸려온 것은 참으로 대단하고 가상한 일이다. 지금은 국가와 국가의 시대가 아니라 도시와 도시의 시대라고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같은 발상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화교류 활동을 지속해 온 것은 분명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경주는 신라의 천년고도로서 세계적으로도 내세울 만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도시다. 세계 어느 도시와도 당당하게 문화교류를 시도할 수 있는 우리의 보배 같은 문화 콘텐츠 자체다. 이런 경주와 문화적 파트너가 되는 것은 상대 도시에도 영예로운 일이다.

마침 올해는 11월 9일부터 12월 3일까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를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경주와 경상북도의 전통문화, 공연, 미술전시, 패션쇼, 음식과 미용, 학술행사 등 다양한 한류 프로그램이 호찌민시에서 열리게 돼 기대가 크다. 더구나 이번엔 문화 한류를 매개로 한 경제 엑스포를 지향한다니 문화와 경제가 만나는 융합의 장으로도 잘 조화를 이루면 좋겠다.

문화 행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성공적인 성과를 보인 문화 행사들은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통해 더 발전시켜야 한다. 단순히 지방 행사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국제화에 성공한 문화 행사는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1월 열리는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에 우리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는 베트남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문화 행사가 될 것이다. 하니 이번 행사는 경상북도와 경주시만의 행사가 아니라 정부의 문화 행사도 되는 셈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 단계 승화된 한류가 선보이길 기대한다. 국민들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릴 이번 행사를 관심을 가지고 성원하자.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