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27일 국민의당 당대표로 선출되며 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통령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야당 대표로서 정치적 입지를 달리하게 됐다. 안 대표는 당선 직후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날리며 강한 야당의 수장 역할을 예고했다.
안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문재인 케어’ 등 복지 정책을 겨냥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갉아먹는 분별없는 약속, 선심 공약과 분명하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선 “하루에 몇 개씩 평생 달걀을 먹어도 걱정 없다고 큰소리치는 모습에는 그들만의 코드 인사가 부른 오만함이 보인다”고도 했다. 이어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억울한 옥살이’ 발언을 거론하며 “13명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거액의 ‘검은돈’을 받았다고 한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큰소리치는 모습에서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을 본다”고도 했다.
안 대표는 문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고 “민생과 국익이 우선되는 일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대통령께서도 국회와 진정한 협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제 새 정치 리더십을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고 덕담했다고 한다.
안 대표 자신이 혹독한 시험대에 다시 서게 됐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전국 정당으로 키우고 (내년 지방선거에선) 17개 모든 시도에서 당선자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호남 민심 잡기부터 난망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데다 정부·여당에 호의적인 호남 민심을 감안하면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안 대표는 “배타적인 좌측 진영에 갇히지 않고, 수구적인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도 않겠다”며 ‘실천적 중도개혁’ 노선을 선언했다.
안 대표는 대선 패배 요인으로 거론된 소통 부족 등 리더십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안철수호(號)’ 출범으로 당내 노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등에 우호적인 안철수계와 이에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 간 마찰이 격해질 수 있다. 안 대표는 28일 호남 중진의원들과의 만찬 회동을 갖는 등 갈등 봉합에 나설 예정이다. 호남 지역 한 의원은 “같은 당 의원들도 설득하지 못한다면 당대표로서 제대로 영이 설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안 대표 임기는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지원 전 대표의 잔여 임기인 2019년 1월까지다.
이날 당대표 경선과 분리해 진행됐던 최고위원 선거에선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장진영 전 국민의당 대변인이 선출됐다. 또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공천을 받아 안산시장을 지냈던 박주원 경기도당위원장이 최고위원에 뽑혔다. 전국여성위원장엔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참여혁신수석을 지냈던 초선의 박주현 의원이 선출됐다. 전국청년위원장엔 의원 시절 안 대표 비서였던 이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安, 대선 패배 딛고 조기등판… 갈 길은 멀다
입력 2017-08-2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