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금속 랠리 언제까지 이어질까

입력 2017-08-28 05:00

구리 등 비철금속 가격 랠리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선물(3개월 물) 가격은 지난 24일 t당 6688달러를 찍었다. 2014년 이후 최고치다. 알루미늄, 아연도 최근 각각 3년, 10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5일 기준 LME 산업금속 거래지표(LMEX)는 7주 연속 주간 상승세로 2006년 이후 최장의 가격 랠리를 이끌고 있다.

비철금속 가격 급등의 원인은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달러화 가치 하락에 있다. 구리가격은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로 ‘닥터 코퍼(Dr. Copper)’라고 불린다. 전자제품, 건설 등 쓰임새가 많아 가격이 제조업 경기의 부침(浮沈)을 따라간다. 최근 호조세였던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국 경제 지표가 비철금속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간 하락한 달러화 가치도 비철금속 가격을 끌어올렸다. 비철금속이 달러로 구입되는 만큼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비철금속 수요가 는다.

시장에서는 가격 오름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비철금속 공급업체들은 출혈 경쟁을 방지하고자 암묵적으로 담합해 공급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완만한 통화 긴축 정책에 ‘강(强) 달러’ 출현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가격 상승세 전망 요인이다. 박 연구원은 “산업금속은 금리 인상기에 다른 위험자산들보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기적인 가격 전망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중국 정부가 원자재 시장을 규제해 비철금속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중국철강공업협회(CISA)는 투기로 인한 철강 가격의 비합리적 급등을 경고했다. 이종형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기 거품을 꺼뜨리려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중국 경기가 정점을 통과하면서 비철금속 가격은 10월부터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경기 전망치가 여전히 좋아 비철금속 수요의 기초 체력이 강하다”며 내년 초에도 가격은 상승세일 것으로 봤다.

비철금속 랠리에 올라타려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TIGER 구리실물’, ‘KODEX 구리선물’ 등 국내 ETF(지수연동형 펀드)가 대표적 투자 상품이다. ‘신한 구리 선물 ETN’, ‘대신 아연선물 ETN’ 등 상장지수증권도 있다. 고려아연, LS, 풍산 등 종목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해외 선물 ETF의 경우 시차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PB센터의 자문을 구하는 게 좋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