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총리는 메르켈?… 관심은 연정 파트너

입력 2017-08-28 05:00

하원의원 630명을 뽑는 독일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24일 치러지는 선거의 핵심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선 연임 여부다. 현재로선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CDU)·기독사회(CSU) 연합의 독주가 예상되는 만큼 4연임은 무난해 보인다. 관심은 ‘포스트 총선’ 즉, 메르켈 총리의 승리를 전제로 각 정당이 어떻게 합종연횡할지에 쏠리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무티(Mutti·엄마) 리더십’으로 표현되는 유연한 포용의 리더십을 펼쳐왔다. 중도우파 노선에 기반하면서 야권의 진보적 정책도 적절히 수용하는 방식으로 안정적 국정운영을 해왔다. 메르켈 3기 정부의 경우 기민(253석)·기사(56석) 연합과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193석)의 대연정이 성사돼 의석의 80%를 장악했다.

지난 12일부터 유세에 본격 돌입한 메르켈은 연임에 성공하면 현재 5.5%에 달하는 실업률을 2.5% 수준으로 낮춰 ‘완전 고용(실업률 3% 미만 상태)’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또 2000년대 중반 이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고 복지혜택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그의 최대 경쟁자는 대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마르틴 슐츠 총재다. 슐츠가 올 초 유럽의회 의장직을 마치고 총재로 선출되면서 사민당은 한동안 기민·기사 연합과 우열을 다투기 어려울 만큼 지지도가 올랐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기민·기사 연합에 잇따라 패배하는 등 지지세가 하향 추세에 있다.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의 지난 24일 지지율 조사를 보면 기민·기사 연합 38%, 사민 24%,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 10%, 친기업 자유민주당(FDP) 9%, 급진 좌파당(Linke) 9%, 환경주의 녹색당 8% 순이다. 개인 지지율에서도 메르켈 총리는 58%로 슐츠 총재(33%)를 리드했다. 최근 스페인·핀란드 등을 강타한 테러 후폭풍과 독일 자동차 업계의 ‘디젤게이트’ 등의 쟁점이 불거지면서 메르켈 개인 지지율이 지난달에 비해 10% 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슐츠를 압도하고 있다.

다만 기민·기사 연합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지만 지지율이 30%대 후반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정이 불가피하다. 메르켈 총리는 ‘포스트 총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고 언론은 자유민주당, 녹색당을 연정 파트너로 포함시키는 시나리오를 전망하고 있다. 각 당의 상징색인 검정과 녹색, 노랑이 자메이카 국기 색과 같은 데서 ‘자메이카 연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연정은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의 관계가 워낙 냉랭해졌기 때문에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5%는 원내 진출 최소 득표율이다. 최근 지지율이 이어질 경우 이번 총선에선 역대 가장 많은 소수정당이 의회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을 위한 대안’은 2차대전 이후 연방의회에 입성하는 첫 극우 정당이 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