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발표(31일)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국민 브리핑에 나설지 박춘란 차관이 대신할지 혹은 발표 자체를 연기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김상곤호'가 출범했지만 교육부는 실력도 영혼도 없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던 때와 바뀐 게 없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27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부는 수능 개편안과 관련해 세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개편 시안에서 국어 수학 탐구를 상대평가로 남겨놓는 1안과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1,2안 모두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지 않고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 수능 제도를 처음 적용받는 중학교 3학년과 고교 1학년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사교육 업체들은 그 틈을 파고들어 불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자 여권과 교육부에서 발표 연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기존 1,2안에 연기론까지 겹치면서 2021학년도 대입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이제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누더기 수능 개편안은 대선 공약을 밀어붙인 여권과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한 교육부의 합작품이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교육 공약을 총괄했던 김 부총리는 학교 현장에 미칠 파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더구나 미래의 수능이 대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입 변별력이란 현실적인 한계와 경쟁 완화라는 김 부총리 본인의 교육 철학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 정부는 마치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학습 부담이 줄어드는 것처럼 호도했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고교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고교 학점제, 학생부종합전형 개편 등과 맞물려 있는데 이 같은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료들은 이번에도 학생·학부모와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정권의 눈치만 살폈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입시 현장에 미칠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군말 없이 지시만 따랐다. 절대평가 전환을 전혀 검토하지 않다가 새 정부 들어선 뒤 불과 3개월 만에 수능 개편안을 급조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진한 적폐세력으로 몰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동정론도 일부 나오지만 이번에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슈 분석] 정치권과 영혼없는 교육부, 수능 ‘누더기 개편’ 합작
입력 2017-08-2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