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계약자 41만명 보험료 100억원 덜 낸다

입력 2017-08-28 05:00

금융감독 당국의 감리 결과 약 41만명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적정 수준보다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감독 당국은 이외 대부분의 실손보험료 책정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공사 협의체를 구성해 실손보험 시장구조 개혁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부터 실시한 실손의료보험 감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실손보험 인상폭이 과도하지 않았으나 일부 상품에서 보험료 산출 문제가 드러났다. 실손보험료 인상폭은 2015년 3.0%였던 게 보험료 자율화 조치 이후 지난해 18.4%, 올해 12.4%에 이르면서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어왔다.

가장 많은 문제 사례가 적발된 건 2014년 8월부터 판매된 노후실손보험이다. 감리 결과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은 노후실손보험의 손해율이 70% 수준으로 안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5%, 올해 10.7% 보험료를 인상했다. 노후실손보험은 가입자의 자기부담률이 30%로 일반실손보험의 10% 또는 20%보다 높기에 손해율이 낮은 편이다. 금감원은 해당 보험사들이 노후실손보험에 과도하게 반영된 위험률을 조정하거나 보험료를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9년 실손보험 상품 표준화 과정에서 표준화 이전 가입자의 보험료가 부당하게 책정된 사례도 다수였다. 표준화 전인 2008년 5월부터 실손보험을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은 해당 상품의 자기부담률을 20%로 적용하다가 이듬해 10월 실손보험 상품 표준화로 새 상품의 자기부담률을 10%로 낮췄다. 하지만 통계량이 적다는 이유로 표준화 이전 상품의 보험료는 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표준화 이전 상품 가입자는 표준화 이후 상품 가입자보다 높은 자기부담률을 감당하면서도 외려 보험료는 더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감원은 보험사로 하여금 부당 책정으로 더 받은 보험료를 고객에게 환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거절할 시 현장 검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해당 보험사에 대한 시정 요구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감리 결과에 따라 내년에 일부 생보사의 표준화 전 실손보험 갱신보험료가 약 15% 인하되고, 표준화 실손보험 보험료도 0.2∼0.5%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약 41만명의 실손보험 가입자가 절감할 보험료는 100억원 수준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사 협의체를 구성해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험료 인하 압박을 포함한 ‘실손보험 대수술’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감리 결과 일부의 지적과 달리 대다수 보험사의 실손보험료 인상폭이 적정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정책 방향이 달라질지가 주목된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감리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