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사회 8개월째 공석… 교육부 “진행 중” 되풀이

입력 2017-08-27 18:43
서울대 이사회의 공석이 8개월째 채워지지 않고 있다. 서울대 본부는 지난 2월 교육부에 이준구 경제학부 명예교수를 신임이사로 승인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정부는 7개월째 “진행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자리는 평의원회 추천 몫이어서 이사회에 학내 여론을 반영할 통로가 좁아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이사회에는 지난해 12월 정운찬 명예교수가 물러나면서 빈자리가 생겼다. 정 교수는 2013년 평의원회 추천으로 3년간 이사를 맡았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 제9조에 따르면 모두 15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에는 총장, 부총장 중 2명, 교육부·기획재정부 차관이 당연직으로 들어가고 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도 1명 포함돼야 한다. 평의원회는 학교 교직원 대표로 구성된 정책 심의기구다.

평의원회는 지난 2월 빈자리에 이 명예교수를 추천했고, 같은 달 서울대 본부는 교육부에 승인 요청 공문을 보냈다. 서울대 이사는 교육부장관 승인을 받아야 최종 선임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서울대는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27일 “절차를 밟는 중”이라며 “대학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학내 유일한 의결기구라는 이사회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런 대응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서울대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정관의 변경, 총장의 선임, 임원의 선임·해임, 대학 운영계획, 예산과 결산 등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이런 곳에서 학내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지난달 평의원회는 총장선출제도에서 이사회의 결정권을 축소하는 안을 제출했지만 이사회는 이 안을 보류했다. 직전 총장선거에서 이사회는 교직원 투표 결과 2위였던 성낙인 총장을 선출해 논란이 됐다.

김형준 평의원회 의장은 “진행사항이라도 공유해줘야 뭐라도 할 텐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