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실력있는 야당’ 약속 반드시 지켜야

입력 2017-08-27 17:40
27일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선출됐다. 과반수가 넘는 51% 득표율로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당 대표가 됨으로써 ‘국민의당=안철수’라는 공식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정부 출범을 거치면서 중도보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만큼 안 대표가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지금 국민의당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의 세력과 안 대표를 지지하는 수도권 등의 세력이 각종 현안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대립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역 의원들이 연판장까지 돌리며 그의 출마를 반대했다. 하지만 유권자는 이념과 정책 면에서 두 세력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지형이 바뀔 것에 대비해 흩어지지 않을 뿐이라고 의심한다. 국회에서 40석을 확보했지만 정당지지율은 5%대로 주요 원내 5당 중 꼴찌인 이유다.

이런 현실을 돌파해야 안 대표가 말하는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는 다당제’가 가능하다. 안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야당이 되겠다”면서도 “민생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국민과 나라에 좋은 일이라면 언제라도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경선 과정에서 내세운 ‘극중주의’를 다시 표현한 것이다.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극중주의는 개념과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 단호하게 싸우는 야당의 역할만 강조할 경우 국민이 바라는 각종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여당과의 협조에만 무게중심을 둘 경우 존재감 없는 정당의 대표에 머물게 된다.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국민의당의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심각한 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정치적 지향점을 뚜렷이 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노선으로 갈 것인지 국민과 당원에게 분명히 밝히고 ‘실력 있는 야당’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주목을 받는 이슈만 골라 눈길을 끌려고 한다면 실패를 거듭했던 이미지 정치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