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침묵에… 금리인상 부담서 한숨 돌린 한은

입력 2017-08-28 05:00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가운데)이 지난 25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오른쪽), 하루히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와 함께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심포지엄 휴식시간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잭슨홀 미팅은 미 연준이 매년 주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AP뉴시스


한국은행이 글로벌 긴축 기조에 따른 금리 인상 압박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최한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의 금리 인상이나 보유자산 축소 같은 돈줄죄기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춰잡기 시작했고, 주요국 통화긴축 속도조절론도 나오고 있다. 오는 31일 예정된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금리 동결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인상 필요성을 외치는 소수의견이 나올지 주목된다.

국제금융센터는 27일 잭슨홀 회의에 대해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을 함구한 채 끝났다”고 밝혔다. 애초 예상됐던 연준의 9월 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추가 방침, 12월 금리 인상에 대한 힌트, ECB의 긴축 암시 등이 전혀 없었다. 대신 옐런 의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비판만 있었다. 센터는 “내년 2월 임기 만료인 옐런 의장의 재임용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이를 통화긴축 속도조절론으로 받아들였다.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지면서 미국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고, 미 10년물 국채 금리마저 2bp(1bp=0.01% 포인트) 하락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37%로 낮춰 잡았다. 미국에선 앞서 6월 물가상승률이 1.5%를 기록해 연준 목표치인 2%보다 낮아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으로 자본 유출을 우려하던 한은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미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연 1.0∼1.25%인 미국 기준금리가 연 1.25∼1.50%로 높아져 우리의 연 1.25%를 뛰어넘게 된다. 실제 미국과 기준금리의 윗부분이 같아진 6월 이후 외국인 국내 투자자금 흐름을 보면 초기엔 기준금리로 인한 유출 영향이 적었지만 북핵 리스크가 더해진 7월 말 8월 초에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며 위기감을 높였다.

8월 셋째 주 들어 미국과 북한 간 실제 전쟁 가능성이 없다는 소식에 외국인 매수세가 부활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 중앙은행은 미국의 추세에 맞춰 지난 7월 7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바 있다.

한은의 31일 금통위는 금리 동결 기조보다 금리 인상 소수의견 공식화 여부에 더 관심이 쏠린다. 한 금통위원은 7월 회의에서 “장기간 완화 기조로 과도하게 급증한 부채가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통화정책 완화 기조 재조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은 몇 달 내 실제로 감행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에 이를 본격 대비하라는 신호로 작용해 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