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밀실 권력’에 대한 청산 여론이 거셌던 탓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24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며 공공재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공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대통령 일정을 분 단위로 쪼개 언론과 국민에게 공개한다.
취임 100일이 넘었다.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6월 22일 청와대에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오찬·만찬을 비롯한 일정 내역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외교·안보와 경호상 문제가 없는 부분에 한한 사후 일정 공개 청구였다. 청와대는 취임 이후 6월 28일까지 이뤄졌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모두 28건의 결정 통지가 내려졌다는 통계 수치만 공개했다.
국민일보는 7월 10일 세부 일정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재청구했다. 청와대는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고 거부했다. 대신 “대통령 비공개 일정 등과 관련해 좀 더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국민일보는 7월 25일 정보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를 신청했다. 청와대의 정보공개 거부는 문 대통령의 공약 취지와 다를 뿐 아니라 비공개 일정 전체를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정보’(비서실 답변)라며 공개 거부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청와대는 8월 17일 “비공개 일정 중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적거나 상대 인사 및 국가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공개하겠다”며 5월 10일∼6월 28일 사이 모두 104건의 일정을 공개했다. 이 중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은 비공개 일정은 4건이었다. ‘대변인과의 오찬’(5월 17일), ‘영상메시지 촬영’(5월 29일), ‘국내외 기독교 지도자 접견’(6월 21일), ‘영상메시지 촬영’(6월 23일)이었다. 104건 중 100건은 대통령 공식 행사와 외국 대표단·특사단 접견, 수석보좌관회의, 임명장 수여식 등 기존에 공개됐던 행사였다. 해당 기간 50번의 만찬 일정 중 공개된 것은 6월 9일 더불어민주당 만찬 1건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정도 공개가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로 출퇴근하고 있다. 비서진과 동고동락하며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청와대가 언론과 국민에게 공개하는 대통령 일정은 평균 하루 두세 건에 불과하다. 공개 일정이 없는 날도 10여일에 달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대통령 일정 공개 수위를 두고 찬반 양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내외를 보좌하는 부속·의전비서관실이 주로 비공개 입장이었다고 한다. 대통령 비공개 일정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건은 청와대 수석들 논의까지 거쳤지만 기준을 정하지 못한 채 비공개로 결정됐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27일 “문 대통령의 공약은 박 전 대통령과 차별화 시도를 위한 정치적 발언이었다.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말했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단독] ‘대통령 일정’ 정보공개 청구에 靑 “이 정도가 최선”… 비공개 관행 여전
입력 2017-08-27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