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일 정상, 分단위 일정 공개… 靑은 하루 1건만 밝히기도

입력 2017-08-28 05:00



국민일보가 대통령 비서실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제출받은 자료에는 취임식이 열린 지난 5월 10일부터 6월 28일까지 문재인 대통령 일정 104건이 담겨 있다. 하루에 2건꼴로, 대통령의 하루 세끼 식사 일정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셈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 정상은 언론과 국민에게 상세한 일정을 공개한다. 24시간 일정이 낱낱이 공개되진 않지만 미국은 5분 단위, 일본은 분 단위로 일정 내역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6월 20일 청와대가 공개한 문 대통령 일정은 미국 CBS와의 인터뷰 한 건이었다. 시간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날 저녁 CBS의 방송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가 브리핑을 통해 인터뷰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알린 것이었다. 그날 문 대통령이 어떤 참모나 장관들로부터 어떤 주제로 보고받았는지 국민은 알 길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월 20일 각각 6건과 23건의 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일일 보고 브리핑을 받고, 오전 11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났다. 이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접견했다. 오후 12시30분 백악관 의회 담당부서와 백악관 응접실에서 오찬을 했고, 오후 6시45분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백악관을 떠났다. 오후 7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와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8시25분 백악관에 돌아왔다.

아베 총리는 같은 날 무척 바쁜 날을 보냈다. 공개된 일정만으로 보면 그렇다. 오전 9시29분 자민당 본부에 도착해 31분 당 이사회에 참석했다. 10시1분 관저로 돌아와 3분 뒤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10시22분부터 가네다 카쓰토시 법무상을 시작으로 29분 가와이 가쓰유키 총리 외교 부문 특별보좌관, 52분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사무차관, 스즈키 아키라 국제 정보 총괄관을 면담했다. 이후 오후 8시44분 알파 콩데 기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 종료 시까지 일본 총리실은 1분 단위로 일정을 쪼개 공개했다.

청와대가 언론과 국민에게 공개하는 일정 대부분은 공식 행사다. 지난 5월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15일 ‘미세먼지 관련 현장 방문’,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등이다. 청와대가 대통령 일정이 1건 만 있다고 밝힌 날도 50일 중 9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내각 인선, 업무지시 등과 관련해 수시로 수석들과 만났지만 청와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일정 내역은 이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대통령 일정은 경호상 이유로 사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와 최고권력기관의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대통령 일정은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사후 공개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대통령 및 정부 각료의 24시간 일정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약속했던 법안은 아직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청와대 정보공개 심의위원은 “(국민일보의 정보공개 청구와 관련) 미국이나 일본 경우처럼 외교안보 관련 일정 등 보안 문제와 얽힌 일정 외에는 최대한 공개하라고 의견을 개진했다”며 “그런데 청와대가 임의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일정을 제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