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선군절(북한식 선군정치를 기념하는 날) 다음날인 26일 강원도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쐈다. 이는 미국을 과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응해 존재감을 부각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전술적 행동’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도발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최근 북·미 간 대화 조성 국면을 깨려는 의도가 없음을 내비쳤다. 미국 역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UFG 연습 기간 북한의 도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발사체 종류를 놓고 한·미 당국의 초기 분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어느 쪽으로 결론 나더라도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보다는 수위가 낮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7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UFG 대응 훈련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미국 압박보다는 내부 결속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북한이 쏜 3발 중 한 발은 발사 직후 폭발했는데, 단거리 발사 실패는 대개 고의적”이라며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를 높이지 않고 북·미 간 뉴욕 채널도 유지하면서 의사 표명하고 체면치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이 다음 달 9일 정권수립일까지 추가 도발하지 않을 경우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북한이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화성 14형이나 전략무기인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노동신문은 논평에서 “핵 문제는 철저히 우리와 미국 사이의 문제이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지속되는 한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남조선 당국은 (한반도) 운전석이니 뭐니 헛소리를 하기보다 입 다물고 있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지난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긴급 의제로 다뤄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아쉽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행동을 보고받았고, 우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도발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ICBM급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같은 중요한 도발(major provocation)이 아니어서 깜짝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게 백악관과 국무부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북한 도발 후 이틀이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 도발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금요일 밤에 이뤄진 데다 발사체 성격 규정을 놓고 한·미 간 협의와 조율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미 언론들은 북·미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평가하고 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북한의 도발 자제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도발 자제’를 북한이 걷어찼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신형 방사포는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한 주한미군 기지뿐 아니라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부대까지 사정권에 넣고 있다”며 “서울이 사정권이었던 종전 방사포에 비하면 중대한 기술 진전”이라고 전했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전석운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北, 저강도 도발… 美 자극 않고 존재감 부각 노려
입력 2017-08-27 18:41 수정 2017-08-27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