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제작된 ‘관동대학살’ 진상규명 언제쯤?

입력 2017-08-27 23:01
조용래 국민일보 편집인(오른쪽 두 번째)이 26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린 관동대지진 학살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기정(서울대) 김민영(군산대) 최영호(영산대) 성주현(청암대) 교수이고 오른쪽 끝은 김인덕(청암대) 교수다. 왼쪽 사진은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의 조선인 학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박열’의 포스터. 김지훈 기자
일본 관동대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행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천도교 본부 중앙대교당에서 열렸다. 한일민족문제학회와 1923추도모임은 이날 ‘2017년 일본 관동대지진 학살사건 관련 추도식 및 학술회의’를 갖고 1923년 사건 당시 희생된 6000명의 재일동포를 추도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행사에는 학생과 교수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대학살의 진실을)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도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술회의에서는 한·일 양국이 관동대학살 진상규명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억울하게 학살당한 한인 6000여명에 대한 한·일 정부의 진상규명이 필요합니다.”(1923년 학살당한 재일한인 추도모임 김광열 대표)

“사건 전모가 밝혀졌지만 일본 국가의 사죄는 실현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학살된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용서를 구합니다.”(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국가 책임을 묻는 모임’ 야마다 쇼지 공동대표)

다나카 마사타카 일본 센슈대 교수는 “최근 일본에서는 배외주의(자민족중심주의)적 언동을 배경으로 조선인 학살을 정당화하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웅기 홍익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외국 국적의 재외동포에게는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자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재일한인 문제에는 무관심하다”며 “재일한인을 언제까지 ‘나라 없는 백성’으로 방치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광열 광운대 교수는 일본에서 퍼지고 있는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현상을 소개하면서 “재일한인들이 일본인 공동체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은 혐오적 외부자로 취급받으며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용래 국민일보 편집인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진상규명의 필요성과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다나카 교수는 “일본 내에서 8개 단체가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충분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연구자나 정부에서 지바를 비롯한 지역을 직접 방문해 진상규명에 앞장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동대학살은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 등 관동지역에 진도 9.0의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일본 당국과 일부 언론이 “조선인이 방화하고 우물에 독을 푼 뒤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6000여명의 한인이 학살당한 사건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