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쐈다. 이 중 1발은 발사 직후 폭발했으나 2발은 동해상으로 250㎞를 날아갔다. 지난달 28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 14형’ 시험발사 후 약 한 달 만에 나온 저강도 도발이다. 방사포인지 단거리 미사일인지 한·미 간 의견이 엇갈리고 아직 최종적 분석은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를 겨냥한 도발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정부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도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북한의 의도와 우리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나 “전략적 도발이 아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을지훈련 기간에 통상적인 대응훈련을 해 왔는데 이번도 그런 차원이라고 본다. 을지훈련 기간이 아니었다면 NSC 상임위도 열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일본은 NSC를 열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치 북한 도발이 우리 문제가 아니라 일본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정상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맞는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저강도 도발을 한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야말로 정부 말대로 통상적 대응훈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감안할 때 한가함을 넘어 위험한 인식이다. 한·미 양국은 도발 징후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발사체 성격도 다르게 파악하고 있다. 대북 정보력과 분석력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단거리인 이상 방사포인지 탄도미사일인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는데 국민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가. 단거리 방사포는 우리를 공격 타깃으로 하는 게 분명하고, 장거리는 미국을 겨냥하는 무기인데 단거리 발사체인 이상 크게 중요하지 않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정부가 위기를 조장하거나 호들갑을 떠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한의 통상적 도발에 과도하게 대응하면 대화의 문이 좁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으면 진짜 위기가 온다. 더욱이 지금은 한가한 상황이 결코 아니다. 북한은 때마침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 가상훈련을 벌이고 있고,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은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호전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우리를 위협했고, 괌 미사일 공격을 공언하며 미국과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사정이 이럴진대 단거리 발사체라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정부 인식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만일 북한과 대화를 위해 현실적 위기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라면 정말 위험하다.
[사설] 북한의 저강도 도발 중요하지 않다는 정부 인식
입력 2017-08-27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