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장관 기대했는데…” 낯빛 어두운 中企업계

입력 2017-08-27 18:34 수정 2017-08-27 23:20
벤처 전문가 박성진(49) 포항공대 교수가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중소기업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중소기업계가 기대해온 ‘힘 있는 장관’과는 거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27일 “하마평에 올랐던 다른 후보보다 생소한 이름인 데다 벤처 분야에 전문성이 치우쳐 있어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계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사안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소기업계에서는 대·중소기업 사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려면 중진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장관직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신생 부처인 만큼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와야 예산을 확보하고 정책입법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초대 장관으로는 다른 부처 장관보다 리더십이 강하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힘 있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예상 밖 인사에 중소기업계는 아쉽다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학자인 박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나이 많은 경력 공무원들을 지휘하고 경험 많은 기업인을 상대로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라며 “정치권이나 관료 출신이 아니어서 신생 조직을 이끌 만한 카리스마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는 박 후보자가 벤처기업 정책에 치우칠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중소기업·소상공인과는 인연이 없다고 들었다”며 “장관이 되면 정부에 최저임금, 근로시간 문제와 관련된 업계 목소리를 명확히 대변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당도 “박 후보자는 중소기업보다 지나치게 벤처 쪽에만 초점을 맞춘 인사 아니냐. 오히려 과학기술 쪽이 맞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인선이 늦어진 만큼 서둘러 중소기업 현장을 찾고 ‘중소기업 시대를 만들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